엄마, 톺아보다
by김미경 기자
2016.02.17 06:16:00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윤석남·한성옥ㅣ64쪽ㅣ사계절출판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물일곱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다가 마흔에 내 방을 갖게 된 ‘나’(딸)에서 출발해 ‘엄마’로 회귀한다. 책은 엄마와 딸을 위한 헌사다.
아홉 살 계집아이가 오줌을 찔끔 지릴 만큼 청청한 엄마가 있는가 하면, 사랑보다 일을 택한 딸을 향해 ‘아이 좋아’ 하며 반기는 엄마도 있다. 답삭 안아올린 엄마가 너무 가벼워 눈물방울 두두둑 떨구는 딸에게 “에미야, 울지 마라. 그 많던 걱정 근심 다 내려놔서 그러니라”고 위로하는 백발 성성한 늙은 엄마도 있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엄마를 그리고 싶어 마흔에 화가가 됐다는 저자의 진심어린 고백이 드로잉과 만나 가슴 저릿한 ‘엄마’를 끄집어냈다. 2000년대 초반 일기 쓰듯 그린 드로잉 300여점 가운데 32점과 시적인 단상을 고르고 골라 글이 있는 그림책으로 꾸몄다. 다정한 사람들과의 삶에 대한 애착이 강렬하면서도 유쾌하게 또 숙연하게 스며든다. 평범함 속에서도 귀하게 반짝이는 돌봄과 보살핌의 정서를 담백하게 들려준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려 동물들의 길을 만들어주는 할머니부터 하늘에 매달린 사과를 손주에게 따주려 팔이 길게 늘어진 할머니까지.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어머니에는 여성과 모성을 탐구한 저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색연필의 수채화 같은 색감과 질감, 가느다란 연필선이 다정한 ‘모성’의 제스처를 잘 잡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