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증시결산]①지긋지긋한 `박스피`…외인 매도에 대형주↓

by안혜신 기자
2015.12.24 06:25:00

상반기 2100선 안착했지만 추가 상승 실패
외국인 누적 3조원 순매도…대형주 부진
한미사이언스 최고 상승률…최대 하락은 대우조선해양

최근 1년간 코스피지수 추이 (그래픽=구글)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1800~2100. 최근 몇 년간 지긋지긋하게 코스피지수가 맴돌고 있는 밴드다. 올해도 역시나 코스피는 이 넓은 박스권에서 탈출하는데 실패하면서 `박스피`(박스권과 코스피의 합성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66포인트, 0.33% 상승한 1999.22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2일 시가였던 1914.24보다 4.43% 상승한 것이지만, 2000선은 물론 박스권 상단인 2100선에 턱 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박스피 탈출은 가능한 듯 보였다. 연초 아모레퍼시픽(090430)을 비롯해 중국 소비주가 말 그대로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한껏 분위기를 조성했던 덕분이다. 코스피는 단숨에 2100선에 안착했고,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대형주가 차례로 상승하는 등 훈풍이 불어왔다. 지난 4월24일에는 장중 2189.54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흥분에 들떴다. 모두가 `상승장`을 외치며 박스권 탈출이 가능하니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는데 나서라고 권유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는 앞다퉈 2300선까지도 도달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유입, 정부의 증시활성화 대책과 이에 발맞춘 가격제한폭 확대 등이 고루 맞아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주식 거래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2200선을 가뿐히 뚫는 것은 물론 2분기 역사적 고점을 뚫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에 휩싸였던 코스피는 그러나 장중 고점인 2189 이후 추가 상승 동력을 잃은 채 다시 2000선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글로벌 증시를 휘청이게 만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폭락은 코스피를 다시 박스권으로 끌어내리는 결정타였다. 코스피는 8월 들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1800선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최저점은 8월24일 기록한 1800.75다.

코스피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데는 끝내 살아나지 못한 대형주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 시장 대형주지수는 올해 들어서 이날까지 1.6%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가 18.9%, 소형주지수가 18.1% 오른 것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육박한 몸집을 자랑하는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부진이 컸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대비 2.6% 빠졌고, 현대차 주가 역시 같은 기간 10.3% 미끄러졌다.

대형주 부진에는 외국인 매도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해도 누적으로 10조원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이날까지 총 3조4149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날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리스크 요인이 여전한만큼 내년 역시 박스권 탈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상승은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단기적으로 내년 초에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로의 스타일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주와 화장품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연초대비 무려 742% 오른 한미사이언스(008930)였고,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대우조선해양(042660)으로 한 해동안 주가가 무려 72.4%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