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쏙쏙경매]헐값 낙찰 제주땅…공항 편입 '반전'
by양희동 기자
2015.11.21 07:01:00
| △각각 두번의 유찰과 인수 포기 끝에 3번째 낙찰자 단돈 299만 9000원에 주인이 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임야 일대. 지난 10일 주변이 ‘제주 제2공항’부지로 선정되면서 낙찰자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부동산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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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가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2025년까지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법원 경매시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4조 1000억원이란 천문학적 사업비를 들여 성산읍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일대에 총 495만 8000㎡ 규모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건설 계획안 발표 직후 제주도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투기성 거래 등을 막기 위해 성산읍 전체 107.8㎢를 3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긴급 지정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500㎡ 이상 농지 △1000㎡ 이상 임야 △250㎡ 이상 기타 토지 등을 매매하려면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경매는 이런 규정과 관계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땅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실제 제주 제2공항 부지 확정 이후 제주지법에서 16일 첫 경매된 성산읍 신풍리 94번지 임야(662㎡)는 맹지이면서 땅의 일부 소유권만 갖는 지분(25%) 경매인데도, 31명이나 입찰표를 써내 감정가(993만원)의 네 배가 넘는 43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앞으로 성산읍에서 나오는 부동산 경매 물건은 모두 치열한 입찰 경쟁과 고가 낙찰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제주 제2공항 건설 부지에 포함된 성산읍의 한 임야가 낙찰자 2명이 연이어 잔금 납부를 포기 끝에 지난 4월 단돈 299만 9000원에 팔린 사례가 있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4월 27일 제주지법에서 입찰 신청을 받은 성산읍 온평리 2686-6번지 165㎡짜리 임야는 2번이나 유찰된 후 경매에 나왔습니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는 제주에선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전체 1818㎡짜리 임야의 일부 소유권만 갖는 지분 경매였던 탓입니다. 그러나 감정가가 544만 5000원에 불과해 최저입찰가가 반값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4명이 응찰해 박모씨가 476만원에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박씨는 잔금을 내지 않아 낙찰이 취소됐고 올해 2월 다시 4명이 경쟁해 성모씨가 344만 9990원에 소유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성씨마저 또다시 인수를 포기했고 결국 3번째로 낙찰받은 차모씨가 단돈 299만 9000원에 최종 토지주가 됐습니다. 이 땅은 주변이 잡초가 무성한 허허벌판이라 활용 가치가 낮고 묘지가 있어 분묘기지권 성립 여지가 있는데다 전체 땅을 8명이 지분 공유하고 있어 단독 매각도 어렵습니다. 경매 물건으론 최악의 조건인 셈입니다. 8명이 땅을 공유하게 된 사연도 2012년 한 기회부동산업체가 이 임야를 8000만원에 사들여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1300만~2080만원씩 받고 나눠 팔았기 때문입니다. 기획부동산은 지분 쪼개기로 쓸모없는 임야를 팔아 매입가의 두 배가 넘는 1억 6120만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땅을 산 8명 중 한 명의 지분이 경매로 넘어갔고 3번의 손바뀜 끝에 헐값에 낙찰된 것입니다.
이 땅의 지분 공유자 7명과 낙찰자 차씨 등에게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발표가 로또 당첨에 가까운 반전이 된 셈입니다. 앞으로 토지가 수용되면 이들은 손해를 모두 만회하고도 남는 토지보상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말이 떠오르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