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통신]'올림픽도 아니고' 군장 메고 10km 괜찮을까?
by최선 기자
2015.02.28 06:00:00
[당신은 모르는 군 생활에 대한 모든 것]
군장 메고 급속행군·달리기…강도 약한 훈련에 사망자도
육군 "과학적인 검증에 따른 훈련, 유사상황 대처 철저"
“체력 수준에 맞춘 훈련해야" "현대전과 거리 먼 행정” 지적
 | 행군 중인 육군 장병들의 모습.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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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선 기자] 다음 달부터 전체 병력의 78.5%에 달하는 육군 병사들이 받아야 할 체력단련의 강도가 높아진다. 수십 kg의 군장을 멘 채 급속행군을 하고 달려야 한다. 특전사 요원이나 프로운동 선수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듯 일반 병사들의 체력 훈련도 강화된다는 얘기다.
이는 병사들이 무장행군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야 하는 다양한 전투 상황에 적합한 체력을 확보하고, 21개월로 단축된 의무복무 기간으로 인한 전투력 손실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의 대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군내 체육정책을 담당하는 장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군 의료능력이 떨어지는 환경에서 체력강화 정책이 역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더욱이 체력단련 결과를 병사나 지휘관의 인사에 반영하도록 조치해 훈련이 과열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장병 신체능력 강화 정책이 되레 극단적인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3월부터 병사 교육훈련 중 한 과목인 ‘체력단련’ 부문에 전투체력 과목을 혼합하기로 했다. 총 2개 과목으로 △25kg 무게의 기동군장을 메고 10km 급속행군을 해야 하고 △15kg의 공격군장을 메고 5km를 달려야 한다. 급속행군은 2시간 10분 내, 달리기는 40분 내에 들어와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체력단련 평가는 연간 4회 실시하도록 하고, 대대장급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군 당국의 방침이다.
군은 체력단련을 비롯한 사격, 정신교육, 전투기량, 경계 등 5개 과목의 성적을 합산해 진급이나 포상휴가 혜택을 줄 계획이다. 특히 육군은 부대별 점수를 지휘관들의 인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다듬고 있다. 반영 점수는 총점에서 미미한 부분이지만 진급을 앞둔 간부들의 경쟁을 과열시킬 수도 있다. 애먼 병사들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 훨씬 강도가 낮은 군 체력검정에서는 장병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도 발생했다. 군은 맨몸으로 1.5km를 뛰어야 하는 테스트를 3km로 늘렸다. 이는 운동생리학적으로 3km를 뛰는 것이 심박수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기로 한 대책도 같이 시행됐다. 도입초인 2011년 부사관 2명이 체력검정 중 사망했다. 이후 병사들의 사망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체력단련이나 테스트 때에는 앰뷸런스와 군의관, 간호장교가 반드시 배치돼 유사 상황에 대비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또한 이번 육군의 체력강화 대책은 육군사관학교 체육학 교수들의 과학적인 연구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 발생 가능성은 염려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육군의 체력강화 대책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병력 자원 부족 문제로 전보다 신체등급이 떨어지는 병사들도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육군의 강행군은 큰 사고로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무장 차원에서의 훈련은 동의하지만 극한의 체력강화는 첨단 무기가 지배하는 현대전과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인호 한국체육대학교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군인은 정신무장이 된 상태에서 단체로 훈련을 받기 때문에 극한을 견딜 수는 있지만 상당한 하중을 몸에 지니고 하는 훈련은 일반인이 견디기 힘들다”며 “병사들의 체력은 천차만별이어서 이런 훈련을 강행하면 극단적인 상황에 치달을 수 있다. 병사들의 체력 수준에 따른 단계적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은 “육군의 병력은 2020년대에 4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병사 한 명이 적군 3명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이처럼 전투력 보강을 위한 첨단장비 지급이 중요한 상황에서 몸으로 하는 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위험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군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