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코트라사장 '신뢰경제의 귀환'신간 펴내

by정태선 기자
2013.11.03 11:00:00

韓경제 50년 돌아보면서 잃어버린 성장 DNA 찾는 법 제시
"지속가능한 성장하려면 사회적 신뢰 회복이 관건"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한국경제의 성공신화를 위협하는 적신호가 도처에서 깜빡거리고 있는 이때 오영호 코트라(KOTRA, )사장이 ‘신뢰경제의 귀환’이라는 신간을 펴냈다.

오영호 KOTRA 사장 지음. 2013년 10월 30일 발행. 1만5천원. 경제·무역·비즈니스·신국판 변형 양장(160*230). 268쪽.
오 사장은 경제도 힐링이 필요하다며 한국경제의 50년에 묻어 있는 불신의 때를 벗겨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신뢰경제란 경제개발의 첫걸음을 내딛던 시절에 정부, 기업, 국민이 서로 믿고 단결해 경제기적을 일궜던 시절의 경제를 의미한다. 그때의 순수한 의지와 열정으로 뭉쳤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함께 뛰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국경제 발전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적 성과들을 시대별로 훑어보면서 경제성장과 구성원간 신뢰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추적했다. 1960~1970년대는 유교적 충효사상이 가족과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으로 발휘돼 광부의 독일 파견, 베트남 파병, 어린 여공들의 헌신 등으로 나타났고, 이런 공동체 의식과 연대감이 경제개발의 원동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화학공업 육성기에 남성 근로자들이 발휘한 강한 정신력과 성실함은 한국인을 구분 짓는 특성이자 성장 DNA로 배양됐다고 봤다.

또 1960~1970년대에 작동했던 국가 공동체적인 단결을 모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신뢰가 없으면 경제기적도 불가능하므로 이 시기에 사회적 연대와 신뢰가 가장 강했다는 것이다. 1980~1990년대는 사회적 자본이 소모하거나 감소한 시기로 규정했다. 노사대분규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성원의 신뢰수준이 급격히 떨어졌고, 한국경제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바뀌면서 성장동력이 저하되고, 국제신인도까지 하락했다는 평가했다.



오 사장은 사회적 자본이 충만한 국가와 신뢰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 했다. 사회적 자본이 충만한 국가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부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정부는 공동갈등 해소를 위한 리더십과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경제는 안정적인 고용과 함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기업 생태계 조성, 경제불평등 해소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국민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자기객관화와 자긍심이 부족해 우리 안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전후 유일한 개도국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국제사회로 한국의 사회적 자본을 확산해 나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30년 공직생활과 이후에 경험한 사회적 신뢰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인식이 깔려 있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시절, 한국전쟁 때 미군의 양민살상사건인 노근리 사건 대책단에 참여했던 경험과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부지선정을 맡아 처리하면서 느낀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 행간에 녹아 있다. 또 무역협회 부회장과 KOTRA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민해야 할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