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3.08.08 07:59:0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소설 속 표현처럼 지금 그는 ‘낙타’가 되어 ‘황막하고 외로운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다. 폭염이 여과없이 내리쬐는 한여름, 자켓을 벗고 와이셔츠 팔소매를 걷어부치며 일주일째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 얘기다.
베스트셀러 작가, TV토크쇼 진행자, 그리고 정치인까지. 그는 이름처럼 ‘한 길’을 걷지 않았지만, 가는 길 마다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정치인 김한길’은 뛰어난 정치감각과 언어구사 능력 등이 뒷받침되면서 탄탄대로의 연속이었다. 96년 16대 총선때 DJ에 발탁돼 여의도 정가에 입성한 이후 97년 대선 방송토론 대책팀장을 맡아 최초의 ‘미디어선거전’을 완승으로 이끌었다. 2002년 대선때는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협상대표를 맡아 또한번 전략통이자 협상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2007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2008년 18대 총선에 불출마 했지만,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고배를 마신 것도 잠시, 올 5월 전당대회에서 범주류 단일후보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고단하고 기약없는 ‘장외투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장외투쟁에 돌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둘러싼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대표에 오른 뒤에도 끊임없이 터져나온 계파 갈등, 안철수 의원의 등장으로 인한 텃밭 호남의 위협, 대선패배 혼란을 수습하고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당 혁신작업 등은 모두 야당의 수장인 직접 풀어야할 숙제였다. 무엇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라는 유리한 카드를 쥐고서도 ‘NLL 대화록 정쟁’에 휘말리며 여권에 밀렸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는 장외투쟁에 돌입하면서 “세상에 쉬운 승리란 없다. 우리에게 땀과 고통을 요구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일단 장외투쟁으로 분산된 당내외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성공했다는 평가다. 더 이상의 계파갈등도 노출되지 않는 분위기다.
자신이 제안한 단독회담에 박 대통령이 5자회담으로 화답하자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존중해달라”고 응수하며, 한동한 퇴색되는 듯 했던 야당 영수(領袖)로서 존재감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선친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가 1971년 7대 대선에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와 맞붙었듯 2대에 걸쳐 ‘대통령 대 야당 대표’ 라는 운명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김 대표.
하지만 그의 승부수가 어느 정도 성공으로 마무리될 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상황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은 물론 여당 지지율의 절반에 머물고 있고, 경기불황 속 국회파행에 대한 불리한 여론을 감당해야하는 몫도 여당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선친은 야권단일화를 위해 선거 직전 중도사퇴했지만, 지금 그에겐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낙타처럼 오아시스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