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탑라이더 기자
2011.11.23 08:10:16
3~4년전 큐브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중고차 웹사이트를 뒤적이던 추억이 떠오른다. 당시 큐브는 국내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지만 일명 '효리차'로 불리며 젊은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모았다. 우핸들 차량이라는 불편쯤은 이 차의 매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했다.
▲ 지난 8월 출시된 닛산 큐브 |
지난 8월, 드디어 큐브가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그런데 신차의 반가움 보다는 '너무 늦게 출시된 것이 아난가?'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큐브는 국내 자동차 역사상 정식 수입 전 국내에 가장 많이 들어온 수입차일거다. 반대로 길에서 흔하게 보이는만큼 큐브 인기가 한물 간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큐브는 출시 이후 3달만에 118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순위 5위권을 유지하는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연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박스카 큐브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약 1000km의 거리를 달리며 시승을 해봤다.
마침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취재가 있어 큐브를 타고 서울에서 약 400km 떨어진 전남 영암으로 향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가속페달을 밟고 큐브의 주행 성능을 확인했다.
▲ 닛산 큐브의 저속 주행감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
저속구간에서의 큐브의 주행 성능은 부족함이 없다. 최고출력 120마력을 발휘하는 1.8리터급 4기통 DOHC 엔진은 무단자동변속기(CVT)와 결합돼 부드럽고 안정적인 가속력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핸들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지만, 조금 더 주행 해보니 오히려 적당한 탄성이 느껴졌다. 차체가 높아 코너에서의 쏠림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예상외로 안정감이 느껴졌다.
시속 120km가 넘는 속도에 이르자 완전히 다른 차로 바뀌었다. 부드럽던 가속력은 눈에 띄게 더뎌졌고, 속도를 올릴 수록 엔진소음과 풍절음, 노면소음이 매우 크게 들려 불안함이 느껴졌다. 고장난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급가속을 위해 가속폐달을 끝까지 밟아보았다. 엔진은 굉음을 내며 힘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속도계가 올라가는 것은 무척 느렸다. 고속주행에서는 엔진소리와 가속력이 따로인 것 같은 괴리감이 느껴져 아쉬웠다.
▲ 닛산 큐브의 고속주행 성능은 조금 아쉽다 |
그러나 고속 안정성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120km/h 이상의 고속주행에서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며 차량을 흔들어 봤지만 그리 큰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차체의 쏠림이 예상보다 적어 안정적으로 빠져나왔다.
▲ 닛산 큐브에는 1.8리터급 DOHC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20마력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
큐브는 한눈에 봐도 고속 주행에 유리한 차는 아니다. 네모난 디자인 때문에 일반 차량에 비해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공차중량은 일반 준중형 차량에 비해 100kg가량 더 무거워 가속력도 좀 느리다. 게다가 큐브는 배기량에 비해 엔진 성능이 우수한 차도 아니어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모두 무리한 고속주행을 할 때 발생되는 문제일 뿐, 일반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큐브 디자인을 맡은 히로타다 쿠와하라가 “슈퍼카들은 빠른 속도에서 빛이 나지만, 큐브는 천천히 달릴 때 빛을 발하는 차”라고 말한 것이 조금 이해가 됐다.
서울에서 전남 영암까지 왕복하고, 주말에는 막히는 시내를 주행하는 등 총 1000km 가량을 달리며 틈틈히 연비를 체크했다. 공인 연비와 실 주행 연비가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큐브의 공인 연비와 비슷한 수준의 주행 연비는 놀랍다 |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km/h 사이로 주행을 할 때 큐브의 연비는 리터당 14.9km 수준으로 공인 연비인 14.6km/l를 조금 웃돌았다. 속도를 올려 120~180km/h 사이로 주행 했을 때도 13.2km/l 수준으로 만족스러웠다. 주말에 막히는 시내를 주행했을 때도 연비가 11.0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 800km, 시내 200km 등 총 1000km를 주행하고 나서의 연비는 12.34km/l로 나타났다.
큐브를 보면 묘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분명 네모나게 생긴 박스카인데 보면 볼수록 둥글둥글하다는 생각이들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체적인 모습은 네모나지만 모서리 부분을 둥그런 느낌으로 다듬었다. 또, 앞뒤 범퍼와 보닛, 휀더 등 대부분의 외관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각진 네모의 느낌보다 둥그런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안개등과, 사이드미러, 창틀까지도 모두 둥글둥글해 더욱 매력적이다.
▲ 큐브는 네모난 박스카임에도 불구하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든다 |
큐브에 적용된 비대칭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조수석 뒷자리의 C필러를 과감히 생략해 오른쪽 창문이 트렁크까지 쭉 연결된다. 이같은 비대칭 디자인도 매력적이지만 내부가 훤히 보이는 느낌도 독특하다. 마치 큐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충분히 즐기라고 말하는 듯 했다.
▲ 조수석 쪽 C필러를 삭제한 큐브의 비대칭 디자인은 트렁트를 밀고 당기게 만들었다 |
트렁크는 앞으로 잡아당기는 여닫이로 설계됐다. 이런 방식의 트렁크는 처음이어서 생소했지만 몇 번 사용해보니 위로 올리는 방식의 트렁크보다 짐을 넣고 뺄 때 편리했다. 마치 냉장고에서 물건을 넣고 빼는 기분이어서 여성과 노인들에게는 더욱 편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큐브의 넓은 시야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큐브의 크기는 전장 3980mm, 전폭 1475mm로 국산 소형 해치백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고는 1690mm로 소형 SUV인 스포티지R 보다 55mm나 높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는 실내 인테리어와 C필러를 생략한 디자인으로 실내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 닛산 큐브의 실내 |
무릎 공간도 다른 준중형급 모델에 비해 넓게 느껴졌다. 큐브의 휠베이스는 2530mm로 아반떼의 휠베이스인 2700에 비해 140mm 짧지만 체감 공간은 오히려 더 넉넉하다고 느껴졌다. 앞뒤 좌석 모두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었고, 뒷좌석 의자는 뒤로 젖혀져 편의에 따라 더욱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보다 넓어 보이는 실내, 짧은 휠베이스에 비해 더 넓은 공간 활용은 큐브에 어떤 마술을 부린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신기했다.
▲ 큐브의 하위트림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어 불편하다 |
실내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소박하다. 기본적으로 인테리어에 워낙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하지만 전반적인 실내 품질이나 마감이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편의 사양도 아쉬움이 있었다. 시승한 1.8S 모델에는 내비게이션 및 오토라이트 기능 등이 제외됐으며, 상위 트림인 1.8SL 모델에도 안개등 및 시트 열선 기능이 제외됐다. 그러나 큐브에는 기본 모델에도 ABS, EBD, VDC, 어드밴스드에어백 등의 적용돼 안전 사양에서는 모자람이 없다.
▲ 큐브의 실내 곳곳에는 다양한 수납 공간이 마련됐다 |
큐브의 가격은 1.8S 모델이 2190만원, 1.8SL 모델이 249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하다. 이 가격은 몇년 전 인기를 끌던 큐브의 병행수입 가격보다도 저렴한 것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더욱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큐브를 출시하며 한국닛산의 켄지 나이토 대표는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 큐브는 조수석 C필러가 없어 실내 공간이 더 넓어보인다 |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려다보니 큐브의 실내 인테리어 및 기타 편의 사양은 조금 부족한 수준이어서 일부 소비자들은 조금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큐브를 시승해보니 가격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아 이러한 서운함을 모두 잊게 만드는 매력적인 차였다. 또,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진 않았지만 하나하나 직접 꾸며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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