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에너지 미래 인큐베이터`, 기술원을 가다

by전설리 기자
2010.06.20 10:00:03

전기차배터리 상업 생산라인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
`친환경 플라스틱` 그린폴, `삼성·LG가 고대하는` 편광필름 등
SK에너지 미래 성장 동력 산실(産室)

[대전=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그냥 기술원이 아닙니다. 미래를 꿈꾸는 산실(産室)입니다.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가 여기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SK에너지 기술원에 대한 구자영 사장의 소갯말이다.

18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SK에너지(096770) 기술원을 찾았다.

면적 58만㎡(17만5000평)에 연구동과 30여개 파일럿 플랜트(시범 공장)가 둥지를 틀고 있는 이곳에서 600여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오늘도 SK에너지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원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SK에너지는 물론 SK그룹 차원에서 `기술 기반의 성장` 전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이날 기술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술로서 경쟁하고 기술로서 세계 무대에서 이길 수 있는 사업만 핵심 사업이다. 나머지는 비핵심으로 분류하겠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 SK에너지 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2차전지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모습.
"원래 방진복을 입으셔야 하는데..오늘은 신발만 갈아 신으세요"
 
구두를 벗고 준비된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올랐다. 창문 너머로 SK에너지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너머 직원들은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푸른색 방진복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SK에너지는 지난달부터 전기차 배터리 상업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김동섭 SK에너지 기술원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전기차 배터리 전자동 상업 생산라인"이라고 소개했다.

음극판과 양극판을 만드는 것으로 공정이 시작된다. 이후 분리막을 사이사이에 끼워넣고 전해액을 넣어 패키징을 하면 하나의 배터리 셀이 완성된다. 수분과 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중간에 `건조(drying)`와 `진공(vaccuming)` 공정도 거친다. 총 40m 길이의 라인에서 60개 공정이 진행된다.

불량품은 자동적으로 분류된다. 정상품인 경우 녹색불이, 불량품인 경우 빨간불이 들어오고, 빨간불이 켜지면 불량품은 자동적으로 노란 박스로 떨어져 폐기 대상으로 분류된다. 모든 배터리 셀의 이력은 `추적 시스템(cell tracking system)`을 통해 기록된다.

제품이 완성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완성된 제품은 4.4V의 충방전 공정을 거친다. 이후 21일간 `에이징 룸(aging room)` 보관으로 자연방전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불량품이 걸러진다. 보관 전후 전압을 측정해 차이가 크게 나는 불량품을 제거한다.

김상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술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모든 공정이 100% 국산 기술로 개발됐다"며 "물질이나 기술 변경시 빠르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국산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완성된 배터리 셀은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44개가 들어간다. 순수전기차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시보레 볼트에는 400개가 장착된다. 



상업 생산라인의 완공은 오랜 연구의 결실이었다. SK에너지는 1996년 소형배터리 개발을 시작해 2003년 양산했고, 이후 2005년 중대형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배터리 사업 개발부를 신설했고, 올해 전자동 생산 시스템을 완공했다.
 
김동섭 원장은 "SK에너지는 분리막, 전극 등 배터리에 필요한 전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유일한 회사로 앞으로 (수주와 관련해)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상업생산이 시작되면서 기존 연구개발 단계보다 마케팅 포지션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 SK에너지가 개발한 그린폴(上). SK에너지 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그린폴 관련 실험을 하는 모습.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이어 그린폴(Green Pol) 파일럿 플랜트를 찾았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파이프 라인을 거쳐 완성된 그린폴은 쌀알 반 톨 크기에 반투명한 노란색 빛깔을 띈다. 이 그린폴을 원료로 건축 내장재, 인조가족, 식품 또는 제품 포장제, 유리 접착제 등을 만들 수 있다.

그린폴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사업. SK에너지 고유의 촉매 기술을 이용, 이산화탄소(44%)와 폴리프로필렌 옥사이드(56%)를 결합해 만든다.

SK에너지가 개발한 그린폴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공기와 습기 차단 효과와 투명도가 뛰어나다. 실제로 사과에 그린폴로 만든 랩을 씌워놨는데 2주일동안 갈변되지 않았다고 SK에너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불에 태울 경우 그을음이나 유해가스가 발생하는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과 달리 물과 이산화탄소만으로 분해된다는 점에서 환경 친화적이다.

현장에서 그린폴로 만든 제품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그린폴로 만든 인조가죽을 태워봤다. 실제로 그을음 없이 깨끗했다.

김동섭 원장은 "2025년 그린폴 시장이 26조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자원화 통해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시 유해가스 배출 방지를 통해 인명을 보호하는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망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기술원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그린폴 뿐만 아니라 편광필름(TAC·Tri-acetyl Cellulose), 연성회로원판(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그린콜(Green Coal), 바이오 부탄올 등 4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걸작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라는 이야기다.

구 사장은 "편광필름, 연성회로원판, 그린폴, 그린콜, 바이오부탄올은 모두 5년안에 상업화 된다"며 "이미 열매를 딸 수 있는 사업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LCD 소재인 편광필름은 현재 삼성, LG 등 LCD 제조업체들이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어 대일(對日) 5대 수입 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SK에너지는 앞서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자체 기술력으로 편광필름을 개발했다. 조만간 상용화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삼성, LG에서 빨리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서 "정보전자 소재 국산화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