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인문계… 진땀흘린 자연계
by조선일보 기자
2006.11.17 08:18:39
수능 계열별·시험유형별로 희비 갈려
“변별력 떨어져 오히려 대학선택 고민”
[조선일보 제공] 16일 전국 971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계열별, 시험유형 별로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1교시 언어영역에서 당황했다가 이후 무난히 시험을 치른 반면 자연계열 학생들은 2교시 수리영역 ‘가’형에서 진땀을 흘렸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특히 4교시 과학탐구 영역에서 ‘복병’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계열에 상관없이 최상위권 학생들과 재수생들은 “대체로 작년 수준보다 어렵지 않게 출제돼 변별력이 없는 것 아니냐”며 “시험 점수를 통보 받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1교시는 출제위원회에서 난이도를 높였다고 발표한 언어영역. 신재원(현대고 3)군은 “문제를 약간씩 비틀어서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성(등촌고 3)양 역시 “전반적으로 평이했지만 선택답안들이 비슷비슷해서 고르기가 쉽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상위권 학생과 재수생들은 “전반적으로 지문들이 익숙해 편하게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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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했다, 얘야!”16일 오후 서울 풍문여고에서 수능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한 수험생의 볼을 어머니가 어루만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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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 수리영역에 대해서는 시험유형 별로 반응이 달랐다.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을 본 김은정(재수생·20)씨는 “지금까지 본 시험 중에서 가장 쉬웠다”며 “나 같은 재수생에게는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난이도가 높게 조정됐다는 수리 ‘가’형을 치른 학생들은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3교시 외국어영역에서는 모든 수험생들이 “쉽게 봤다”고 했다. 김진희(풍문여고3)양은 “독해 1~2문제 빼고 나머지는 괜찮았다”고 했고, 유모(이화여고 3)양은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며 안도했다. “시간이 남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4교시에서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 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과학탐구 영역을 본 명덕외고의 한 학생은 “특이한 문제들이 많아서 꽤 어려웠다”며 “시험을 못 봐서 정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학생은 평소 과학탐구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재수생 안가람(단대부고)군은 “작년에 쉬웠던 물리가 특히 어려웠다. 다양한 유형으로 열심히 연습한 애들만 잘 풀 수 있게 문제가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인문계 사회탐구 영역을 본 이성희(광영여고3)양은 “전반적으로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 재수생은 “한국지리 응용문제를 빼고는 작년보다 쉬웠다”며 “내일부터 논술학원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아침 서울이 영하 0.1도까지 떨어지고 전국 대부분 지방이 영하권에 머물면서 수험장 주변을 지키던 학부모들은 추위에 떨었다. 인문계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작년에 비해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하니 대학선택을 한참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종로학원 이송희 평가부장은 “수험생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한두 문제를 삐끗해도 원하는 대학에 못 가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