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5.06.12 12:40:03
건교부, "서울 집값 폭등 1차 책임은 서울시"
이명박시장, "정부 수준 강남아줌마보다 못해" 재 반격
[edaily 윤진섭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충돌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8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군청수준`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촉발된 건교부와 서울시의 대립은 고밀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공방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서울시와 건교부의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책임 공방을 비롯해, 양기관의 수장에 대한 흠집내기 등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양측간 공방은 점입가경이다.
◇건교부, `집값 방치 서울시 1차 책임` 직격탄
이명박 서울시장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군청 수준`이라며 혹평한데 대해 9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시장이 시청 앞 잔디를 까는 것이나 청계천 개발 등 전시적 행정만 해왔을 뿐"이라며 이 시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추 장관은 이어 서울시가 추진 중인 뉴타운 개발과 관련해선 "이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20개의 뉴타운 개발 플랜을 의욕적으로 발표했는데 서울시를 바꿔놓겠다고 한 뉴타운 개발은 진척이 없다"고 꼬집었다.
추병직 건교부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시장의 발언이 무책임하다며 맹비난한데 이어 건교부 주택정책의 좌장격인 서종대 주택국장도 이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서종대 주택국장은 9일 KBS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남 등 서울의 집값 문제는 서울시가 1차 책임자"라며 "서울시가 그동안 방치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일일이 간섭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국장은 또 10일 CBS 라디오 `뉴스 매거진 오늘`에 출연해 "서울시는 그동안 한번도 부동산과 집값 문제에 제대로 대응해 본 적이 없었고 강북 뉴타운도 도리어 건교부가 적극 나서 지원했으며 서울시가 이제야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라도 갖게 돼 다행"이라고 서울시의 뒷북행정을 꼬집었다.
◇이명박 서울시장, `정부 수준 강남아줌마보다 낮고, 어설픈 사냥꾼` 비난
이에 대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부 정책이 아줌마보다 못하다`고 비판하고, 특유의 `길목론`을 내세우며 정부 정책을 다시 공박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정부가 강남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는 정책만 쓰자 강남 부녀회가 단결해서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아줌마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이어 "산짐승을 잡으려면 내리막길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하지 온 산을 몇날 며칠 무조건 헤맨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잡으려는 짐승(집 값)은 못 잡고 엉뚱하게 나물 캐러온 사람(서민)만 잡았다"며 정부를 `어설픈 사냥꾼`에 비유했다.
이 시장은 또 "현재 부동산값이 들썩이는 곳은 서울만이 아니며 그야말로 전국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해 펄펄 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정부의 각종 개발프로젝트를 겨냥 한 것이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정책에 대해서도 "타워팰리스 정도에 사는 부유층이 한 해 재산세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오른다 해서 신경이나 쓰겠느냐. 정작 고통을 받는 것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오르게 된 서민층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 시장은 그러나 정부와 공직사회 일각에서 논란을 비었던 군청수준 발언과 관련해서는 "군청의 행정수준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커버하려하면 안된다는 뜻"이라며 "다시 말해 서울시내 일부 자치구의 재건축 문제까지 일일이 개입하는 지금 정부 정책은 군청 정도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건설교통부 장관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시정을 `전시행정`으로 비하한데 대해 `장관으로서 소양이 미흡하다`며 자숙을 요구, 이번 공방이 양 기관의 공무원간 충돌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시-건교부 모두 책임..집값 대책 없고 `네탓` 공방만 치열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책임공방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양측에 보내고 있다. 이어 건교부와 서울시 모두 집값 폭등의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의 집값 상승은 당연히 전체 주택가격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건교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라며 "서울 집값 문제라고 책임을 서울시에 떠넘기려는 태도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책임론에서 예외가 아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시가 지난해 말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을 구청에 위임하고, 중앙정부의 보유과세 강화계획을 일선구청 등이 임의로 낮춰줘 (집값 폭등)이 촉발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장이 정부의 개발 프로젝트가 전국 땅값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뚝섬 부지 매각이나 뉴타운 사업도 주변 아파트 가격과 땅값을 큰 폭으로 뛰게 하는 등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며 "치열한 논쟁을 하더라도 정책의 효과와 방법 등 대안을 놓고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서 서울시와 건교부가 흠집내기식 공방만 주고받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