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저평가 해소" vs 윤석열 "외환개방 영향 따져야"…미묘한 입장차
by원다연 기자
2022.01.04 07:11:00
대선후보 ''동학개미'' 겨냥 "자본시장 선진화" 강조
이 "선진국지수 편입시 투자금 유입, 안정성 강화"
윤 "통화관리 안되면 투자금 다시 빠져나갈 수도"
공매도 제도개선 한목소리, 개선 방점엔 차이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동학 개미를 겨냥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약속하면서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방편으로써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놓고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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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에서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단 계획을 밝히자 곧바로 호응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홍 부총리의 계획에 “옳은 결정”이라고 맞장구를 치며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 제고를 위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과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후 지난 달 유튜브 경제전문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서도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야 뮤추얼펀드가 장기투자를 할 텐데, 지금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분류되니 장기투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투자금이 확 들어왔다 확 나가 버리니까 시장이 불안정하고 그게 또 하나의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만큼 한국 증시가 이에 편입되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글로벌 투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고 이 같은 자금이 장기투자 성격을 띄어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란 입장이다.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며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것인가 하는 가는 아무도 모르지만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지금보다 주가지수는 훨씬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으로 외환시장 전면 개방이 꼽히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과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이득을 충분히 비교하는 게 우선이란 것이다.
윤 후보는 같은 인터뷰에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투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주가가 올라가면서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반면에 통화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서 경제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며 “통화 관리가 안되면 외국인 투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수도 있어 향후 여러 금융부처들로부터 추가 정보를 제공 받아야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면 개방과 함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여겨지는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선 이들 후보 모두 자본시장 선진화와 동학 개미 표심 사이에서 절충적 입장을 취했다. 동학 개미들이 요구하는 전면 폐지는 불가하지만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공매도에 있어 개인투자자가 기관들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기관에 비해 높은 담보비율 등을 조정하는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놨다. 반면 이 후보는 개인과 기관·외국인 사이 공매도 차입 기간의 차별을 금지하겠다고 내걸었다.
올 초 공매도 전면 재개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안 후보의 경우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 불투명성 해결을 통한 공매도 제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공매도를 막으면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안 된다고 하는데, 지수 편입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닌 만큼 공매도 제도를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