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색다르다”…LG 무선이어폰의 추격에 주목하는 이유

by신중섭 기자
2021.07.28 07:30:00

LG전자, 무선이어폰 톤프리 신제품 3종 출시
살균·블루투스 미지원 기기연결 등 이색기능 탑재
음향은 기본, 편의성 집중해 시장 공략 속도
LG폰 사업 철수로 한 묶음 이미지에서도 자유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무선 이어폰이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탄생했다지만 아직 불편한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고속버스·비행기나 헬스장의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싶은데 유선 이어폰을 꽂아야만 할 때가 대표적이다. 더운 날씨 귓구멍을 꽉 채우는 커널형 무선 이어폰을 장시간 착용하다 보니 ‘귓병’까지 앓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유선 이어폰을 별도로 들고 다니자니 그건 또 번거롭다.

‘사용자가 정말로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제품’. 무선이어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음향 측면이나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등의 기능만을 내세울 때 LG전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더욱 집중했다. 무심코 놓칠 수 있는 사용자의 불편함까지 세심하게 잡아내 제품에 반영했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샤오미 같은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임하고 있는 LG전자(066570)만의 생존 전략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프리미엄 메리디안 사운드에 노이즈 캔슬링으로 몰입감을 더한 무선이어폰 ‘톤 프리(TONE Free)’ 신제품 3종을 출시한다. 톤 프리(TONE-TFP8) 제품 사진(사진=LG전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무선이어폰 ‘톤 프리(TONE Free)’ 신제품 3종(TONE-TFP9, TONE-TFP8, TONE-TFP5)을 출시했다. 모바일 사업 철수 결정 후 처음 내놓는 신제품이다.

영국 명품 음향 브랜드인 메리디안과 협업해 만들어 내는 메리디안 사운드나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과 같은 음향 관련 성능·기능도 이번 신제품의 주요 특징이지만 눈에 띄는 차별점이 또 있다. 전작과 비교해 한층 강화된 위생관리 기능과 플러그앤와이어리스 (Plug&Wireless) 기능이다.

톤프리는 전작부터 이어폰을 살균 소독해주는 위생관리 기능인 유브이나노(UVnano)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폰을 보관 케이스에 넣으면 UV(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로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을 99.9% 제거해주는 기능이다. 전작에선 살균에 10분이 걸렸다면 신제품은 단 5분이면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생 관념이 한층 높아진 데다 일부 커널형 무선 이어폰 이용자들이 귓병 문제까지 앓고 있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플러그앤와이어리스는 이번 신제품에서 처음 선보이는 기능으로 블루투스로는 연결이 불가능한 이전 세대의 기기들과 무선 이어폰을 연결해준다. 주요 경쟁사 제품에선 아직 탑재되지 않은 기능인데 그렇다고 해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대단한 기능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별 것 아닌 듯한 이 기능 하나가 무선 이어폰의 편의성을 극대화시켜준다.

이 기능은 무선 이어폰이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에만 연동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휴대폰이나 차량, 노트북 등에는 연동되지만 아직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기기들이 많다 보니 헬스장 러닝머신이나 비행기, 고속버스, 게임기 등과 연결해 영상 시청을 할 땐 AUX 단자에 유선 이어폰을 꽂아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은 AUX 단자에 UBS 케이블을 꽂아 톤프리의 충전 크래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기기들과 연동성을 높였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유선 이어폰으로만 이용 가능한 기기가 생각보다 많다”며 “고객 편의성 강화에 세심하게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LG 톤프리 신제품의 플러그&와이어리스(Plug&Wireless) 기능(사진=LG전자 홈페이지 캡처)
LG전자는 향후 무선 이어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글로벌 무선이어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76% 증가한 5억30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2024년에는 12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 시장은 거의 100%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비즈니스 흐름을 따라가게 돼 있다”며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급 모바일 기기는 점점 AUX 단자가 없어지는 추세라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LG전자는 추격자 입장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늦게 무선 이어폰 사업에 뛰어든 데다 무선 이어폰과 세트로 여겨지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1위(26%)는 에어팟을 판매 중인 애플이다. 뒤를 이어 2위 샤오미(9%), 3위 삼성전자(8%) 순이다.

경쟁사들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달 중 갤럭시버즈2를 내놓는다. 이 제품은 2019년 출시된 1세대 제품의 후속 모델로 고급형인 갤럭시 버즈프로와 갤럭시 버즈 라이브에만 지원됐던 ANC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역시 9월 3세대 에어팟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LG전자가 이달 31일을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을 종료한다는 점이 오히려 LG전자의 무선 이어폰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무선 이어폰을 해당 회사 스마트폰과 한 묶음으로 생각하고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LG 스마트폰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이러한 점에서 자유로워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앞으로도 음향은 물론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 맞춰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살균이나 플러그앤와이어리스 등과 같이 새로운 기능을 특허 포인트로 삼아 사용자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