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0.07.22 05:00:00
행정수도를 완전히 이전하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제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그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가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권경쟁에 나선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에도 장기적 국가 과제로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여전한 편이다.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수도권 집값을 잡을 목적으로 행정수도가 거론돼서는 원래 의미가 흐려진다. 오히려 오죽하면 그런 주장까지 꺼냈겠느냐 하는 조바심마저 느껴진다. 현 정부 들어 스물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이 요동치는 데다 여권의 지지율 하락까지 초래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것도 코로나 사태 위기극복이 화급한 상황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엉뚱하고도 무책임하다.
행정수도를 옮긴다면 수도권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도 희박하다. 경제·사회적 인프라를 한꺼번에 옮긴다면 모를까 행정기능만 옮겨서는 수도권 인구집중이 억제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종시와 그 주변이 새로운 투기장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게다가 위헌판결을 뒤집기 위한 새로운 헌법재판 청구나 개헌이 선결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심각한 정쟁과 국론분열도 우려된다. 수도권 집값을 잡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폭넓은 관점에서 보다 길게 미래를 내다보며 다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