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도 바이오株…동학개미 슈뢰딩거·핑안굿닥터 담았다
by김윤지 기자
2020.07.15 00:10:00
바이오텍,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권 진입
주가 롤러코스터…“변동성 유의해야”
“코로나19 지속·유동성 등 당분간 자금 쏠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대형 기술주에 집중하던 ‘해외 직구족’이 바이오텍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제약·바이오 섹터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단순 제약·바이오 업체가 아니라 IT와 접목한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공급돼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이 같은 자금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7월1~14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슈뢰딩거를 4214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중국 핑안굿닥터도 3188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지난달만 해도 순위권 밖에 머물렀던 종목이지만 이달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둘 다 IT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1990년에 설립된 슈뢰딩거는 신약 개발 플랫폼 업체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약물에 적합한 분자 구조를 발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슈뢰딩거가 성공 확률이 높은 성분을 제시하면 제약회사가 임상에 들어가는 식이다. 또 2018년부터는 자체 파이프라인 5개를 확보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게이츠 재단이 지난 1분기 슈뢰딩거 주식을 사들여 주목 받기도 했다.
핑안굿닥터는 핑안보험의 자회사로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의료 서비스 플랫폼이다. 의약품·헬스케어 상품 온라인몰, 소비자 헬스케어, 건강관리 등이 주요 사업이다. 중국에선 이미 모바일 소비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으면서 성장이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유료 회원은 자신의 증상에 맞는 의료진을 선택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만성질환은 의약품 처방·배송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최고조에 달한 지난 2월 누적 방문자수가 11억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 매력도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2월 초 공모가 17달러에서 출발한 슈뢰딩거는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87.77달러로 5개월 사이 251% 상승하면서 시가총액 55억5600만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초 50~60홍콩달러대였던 핑안굿닥터는 지난 13일 125.50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에는 128.70홍콩달러를 기록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 변동성은 유의해야 할 점이다. 아직은 둘 다 ‘적자 기업’으로 실적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 공매도 전문업체 시트론 리서치가 슈뢰딩거를 ‘제2의 테슬라’로 평하자 하루 33% 급등했다 18% 급락하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의무보호예수 기간(락업)이 오는 8월 4일 끝나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전문 업체인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자금 조달액은 193만달러로 2018년 평균 자금 조달 금액 106만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2분기에는 17개 기업이 상장하면서 33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분기 최대 기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대선 전 약가 인하 이슈 등으로 바이오텍의 수익률이 저조하나 코로나19,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제약·바이오 섹터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면서 “이르면 4분기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기대되는데 섹터 투자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