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은영 기자
2020.04.21 05:30: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②
코로나19로 비자발적 재택근무·강제 재택수업 시작
인터넷으로만 살기보다 인터넷 없이 사는 게 더 힘든 세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하기와 공부하기
''기술''보다 중요한 건 ‘인지’와 ‘의지’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1999년 동아일보 주최로 ‘체험! 인터넷 서바이벌99’라는 이름으로 5박6일 120시간 동안 호텔이나 아파트에 갇힌 채 오직 PC 1대와 현금 100만원이 든 통장 및 신용카드로 생활하는 인터넷 생존게임이 열렸다. 당연히 참여한 5개 팀 모두 아무런 문제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2010년에는 BBC 방송국이 한국에서 ‘인터넷 없이 일주일 살기’를 실험했다. 불과 11년 만에 정 반대의 행사가 열린 것이다. 10년간 한국의, 아니 전 세계의 인터넷 인프라와 서비스는 ‘있어도 그만’에서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으로 1주일을 살 수 있나’에서 ‘인터넷 없이 1주일 삶이 가능한가’로 180도 다른 행사가 열린 배경이다.
그렇다면 또 10년이 지난 2020년의 현주소는 어떨까.
지금은 코로나19로 비자발적 재택근무, 강제 재택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가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집에 격리된 채 1주일이 아닌 1개월 넘게 생활이 가능한 것일까. 아니 생활을 넘어 경제활동, 사회활동이 가능한 것일까.
이미 인터넷만으로도 1주일 넘게 삶이 가능하다는 것은 20년 전 증명이 되었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살 수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을 이용해 주문할 수 없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것도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편리하게 구입이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일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온라인 기술이 발전해도 직접 같은 공간에 모여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작은 감정을 파악하는 것을 따라갈 수는 없다.
구글 스칼라(Scholar), 줌(ZOOM), 슬랙(Slack)과 같은 툴이 제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오프라인의 경험을 100% 흉내 낼 수는 없다. 물론 오프라인이 주지 못하는 효율성을 온라인이 주는 것도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한 모든 이력은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어 언제든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화상 카메라로 잡혀 송출되기 때문에 회의 중 한 눈 팔기도 어렵다. 수십 명 넘는 학생들의 출석도 한 번에 체크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데 온라인은 모든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집계하기 쉽다. 그럼에도 오프라인의 스킨십으로 얻게 되는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이 메워주긴 어렵다. 그렇다 보니 1개월 넘게 재택근무, 재택수업이 이어지면서 기업과 학교의 고민은 날로 커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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