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에 건물주, 배당수익률 매력적인데 주가까지

by최정희 기자
2019.10.31 03:01:00

[초저금리 대안 공모리츠 뜬다]
신한알파리츠 등 연초 이후 주가만 46~50% 올라
증권·운용사, 너도나도 공모리츠..내년 시장 커질 듯
펀드는 등록만 하면 끝..리츠는 인가에 하세월
배당소득 분리과세, 3년 보유해야 해 실효성 의문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088260) 등 기존 공모리츠들이 꾸준하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데다 연초 이후 46~50%의 높은 주가 상승률까지 보이면서 공모리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모가액 5000원에 건물주가 된다는 매력에 롯데리츠는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 잭팟을 터트렸다. 잇달아 리츠 공모가 예정돼 있어 관련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까지 공모리츠 자산규모를 6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국토교통부의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스퀘어,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4개 프라임오피스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NH프라임리츠는 최초의 재간접 형태로 지난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연내 상장 신청 예정이다. 서울 태평로 오피스, 제주 조선호텔 수익증권을 100% 담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역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 연말 또는 내년 초 상장 신청을 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인천 십정동 임대주택레지던스 리츠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의 안성물류센터 및 오피스, 마스턴운용의 프랑스 오피스, 하나자산신탁의 제주 및 경기 임대주택 등, 코람코신탁의 타임스퀘어 오피스 등도 공모리츠로 유동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공모리츠를 새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대신증권이 100% 출자한 대신자산신탁은 부동산 신탁사를 인가받고 최근 자산관리회사(AMC) 예비 인가를 신청, 내년 공모리츠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위탁관리형 리츠는 투자, 운용을 AMC에 의무적으로 위탁해야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공모리츠금융팀을 신설하고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MC를 인가받았다. KB증권도 리츠IPO전담팀을 신설키로 했다.

이처럼 공모리츠 시장이 꿈틀거리는 이유는 기업의 자산유동화 필요성과 초저금리 시대 고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버블경제가 꺼진 후 기업이 보유한 거대 자산인 부동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모리츠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트 등이 리츠 상품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마트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해당 자산을 유동화해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자산을 유동화할 때 공모리츠 방식을 활용할 경우 영업이익에서 손실을 보지 않는단 장점이 있다.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임차, sale and lease-back) 방식은 임차료가 영업이익에서 비용으로 잡혀 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공모리츠는 비용부담에서 자유롭다. 롯데리츠측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롯데리츠 지분 50%를 갖고 있는데 롯데쇼핑 입장에선 임차료를 리츠에 내지만 배당을 받고, 리츠사에선 임차료를 받지만 배당을 내주기 때문에 연결손익으로 하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법인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여타 주식 대비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은 연 환산 배당률이 각각 6%, 20%에 달한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중반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또 정부가 공모리츠에만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면서 사모리츠가 공모리츠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모리츠 투자자에 대해서도 3년 보유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추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모리츠 시장은 2조원 규모라 20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시가총액)에 비해 극히 작은 상태다. 미국은 1360조원, 일본은 160조원, 싱가포르는 77조원 규모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연구소 소장은 “한국거래소가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을 위해 홍보를 강화하듯이 좋은 리츠를 공모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해외리츠를 상장해 리츠 투자 경험을 넓혀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기존 공모리츠가 새로운 부동산을 계속 편입해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계속해서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부동산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 대상을 업데이트 해나가야 임대료와 배당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일반화된 형태의 리츠 시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신한알파리츠가 올 초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 용산 더프라임 오피스 빌딩 매입에 성공하며 글로벌 리츠 모델에 가까워졌으나 향후에도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에선 공모리츠를 상장하기까지 국토부에서 리츠 인가를 받은 후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그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리츠 창구 일원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리츠는 부동산 펀드와 유사한데 펀드는 그냥 등록만 하면 되지만 리츠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인가 기간이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부동산을 실사하고 자금을 조성해 놓은 상태에서 리츠 인가만 기다리는 일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상장까지 하려면 시간은 더 소요된다.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3년간 공모리츠를 보유할 경우 배당소득세를 분리 과세하도록 했는데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투자자 특성상 3년은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