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임시정부100주년]① 국민이 나라 주인 되다

by장병호 기자
2019.01.01 06:00:00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역사적 사건
100주년 맞아 역사적 의미 돌아봐야
"독립과 평화 염원, 지금의 한국으로"

3·1운동 기록화(사진=독립기념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수립은 우리 민족사의 큰 전환점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명시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들이 왜 중요한지는 많이 알지 못하고 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3·1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한 국민 인식은 ‘평화·발전·노력 등을 지향가치’라는 긍정적 인식과 ‘항거·탄압·희생 등 민족의 고난과 역경의 역사’라는 부정적 인식이 혼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민족사의 분수령

3·1운동은 1910년 굴욕적으로 체결한 한일병합조약의 무효와 함께 한국의 독립을 대대적으로 선언한 사건이었다. 1918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민족자결주의, 그리고 1919년 1월 고종의 사망으로 불붙은 독립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었다. 남녀노소 계층 구별 없이 전국적인 참여로 전개된 비폭력 저항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기존 질서에 대한 평화적 항거였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당시 인구의 10%에 달하는 200만 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펼쳐진 3·1운동에 참여했다.

‘단박에 한국사’ ‘단박에 조선사’ 등을 쓴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왕조사회에서만 살았던 민중들이 처음으로 주인이 없는 나라에서 스스로 독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3·1운동은 민족사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민족자결주의와 고종의 죽음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중이 중심이 돼 독립된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3·1운동의 정신은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기로 선언한 만큼 정부 또한 직접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해 4월 10일 중국 상해에서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임시의정원을 창설했고 다음날 임시정부를 설립했다. 제국(帝國)에서 민국(民國)으로의 전환을 선포하면서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최초로 밝힌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3·1운동에서 나온 기미독립선언의 핵심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부정하고 독립국임을 선언한 것이고 이에 조응하는 독립국을 세운 것이 바로 임시정부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제국 멸망 후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세운 점, 그리고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으로 명시해 국민이 주권을 갖는 정부를 수립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홍보탑 제막식에서 김구, 안중근, 유관순 등 순국선열을 재현한 동상 퍼포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평화 정신, 통일로 이어져야”

3·1운동과 임시정부 관련 단체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선조들이 보여준 ‘평화 정신’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평화를 바탕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다.

3·1운동 당시 기미독립선언문을 탄생시킨 민족대표 33인 후손들의 모임인 민족대표33인유족회의 임종선 회장은 “3·1운동의 정신은 비폭력 평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분단된 남북이 앞으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 또한 3·1운동에 있다”며 “비폭력 평화 운동이었던 3·1운동 정신을 중심에 두고 남북이 소통한다면 민족적 자존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의 박덕진 연구실장도 “3·1운동에서 이어진 임시정부 수립에서 중요한 것은 왕이 아닌 백성이 주인인 나라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실장은 “우리가 해방은 됐지만 남북이 분단된 지금의 현실은 임시정부가 꿈꿨던 자주독립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며 “분단을 이겨내고 평화통일로 나아갈 때 임시정부를 세운 선열들이 바랐던 자주독립의 꿈 또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뜻에 따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위원회를 통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이들 사건을 되돌아봄으로써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체성을 새롭게 재정립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갈 새로운 100년을 준비한다는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공동으로 3·1절 100주년을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해 그 의미가 더욱 클 전망이다. 또한 △100주년 기념 평화공원 및 상징 조형물 조성 검토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중국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보존 △남북공동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등의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연표(디자인=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