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세대교체…현대重그룹 재도약 승부수

by김미경 기자
2018.11.07 05:30:00

1년 만에 투톱 대표체제로 복귀
공동 대표에는 한영석·가삼현 사장
현대오일뱅크 사장에 강달호 내정돼
“변화와 혁신 추진·새 출발의 선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새 술은 새 포대에.’ 현대중공업그룹이 6일 발표한 CEO 인사 특징은 ‘세대교체’와 ‘재도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3~4년의 어려운 시기를 지탱하고 버텨줬던 인사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난 자리를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 재도약을 함께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계열사와 그룹의 한 축인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신규 선임하는 등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CEO)를 무더기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도입했던 단독대표 체제를 1년만에 다시 투톱 체제로 돌려놨다. 이에 따라 강환구 대표가 물러나고 공동 대표에 현대미포조선 한영석(61) 사장과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의 가삼현(61) 사장이 내정됐다. 강 대표는 힘들었던 시기 구조조정과 재무개선 등에서 성과를 냈지만 하도급 갑질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 신임 사장은 충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서 설계 및 생산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6년 10월부터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부임 후 현대미포조선을 3년 연속 흑자로 이끌었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는 평가다.

가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본부에서 근무했다. 런던지사장, 서울사무소장 등을 거쳐 2014년부터 그룹선박해양영업대표를 맡아왔다

앞서 강 전 사장은 하도급 갑질 문제 등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난해 인사를 통해 첫 단독대표 체제를 운영해왔으나 강 전 사장의 퇴진으로 1년만에 투톱 체제로 전환한 셈이다.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에는 현대중공업 신현대(59)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신 사장은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계약관리, 시운전 담당을 거쳐 군산조선소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경영을 펼친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상균(57)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나온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건조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현장 전문가로 통한다. 2015년 8월부터는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생산본부장을 맡아왔으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생산공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룹의 다른 한 축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에는 강달호(60)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 사장은 2014년부터 안전생산본부장을 맡으며 공정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7월 현대일렉트릭 대표에 취임한 정명림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사업본부 대표 인사도 단행됐다. 해양플랜트사업 대표에 박준성 전무, 엔진기계사업 대표에 이기동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 대표에는 현대중공업 서유성 전무가 선임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기존 경영진들이 생존을 위한 위기 극복에 매진했다면 새 경영진들은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통해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더기 교체 인사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은 현재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 술은 새 포대라는 말처럼 그룹의 조직을 재정비해 재도약의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 사장
현대중공업 가삼현 대표이사 사장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대표이사 사장
현대미포조선 신현대 사장
현대삼호중공업 이상균 사장
현대일렉트릭 정명림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