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탄압에 침묵하는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

by김경민 기자
2018.09.24 08:00:00

아웅산 수지 여사(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최근 미얀마 법원은 로힝야족 사태를 취재하던 로이터통신 기자 2명에게 공직비밀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미얀마는 이러한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세계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민주화의 상징’이자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의 태도다. 그는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탄압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견해를 내놓고 있지 않다. 로이터 기자들이 징역형을 받았던 것에도 “표현의 자유와 상관없이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힝야는 미얀마에 거주하는 이슬람계 소수족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는 로힝야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고, 토지를 몰수하거나 강제 노역을 시키는 방식으로 이들을 탄압해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로힝야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30여 곳을 급습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군은 라카인 일대를 봉쇄하고 대대적인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이 ‘인종 청소’라 불릴 정도의 학살을 당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한 달의 시간 동안 67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8월부터 1만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군에 학살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살아남은 로힝야족 주민은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됐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로힝야족 91만5000명이 방글라데시의 난민촌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수지 여사는 로힝야족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에도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사실상 로힝야족을 외면했다.



수지 여사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의 아버지 아웅산은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오랜 투쟁 끝에 미얀마의 건국을 이룬 미얀마의 영웅이다. 그는 독립을 목전에 두고 암살당했고,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수지 여사는 19세에 영국에 유학,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1988년 귀국하면서 반독재시위에 가담했고 이어 9월에는 민족민주연합(NLD)을 결성하면서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랬던 그녀가 로힝야족의 학살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2012년 수여했던 엘리위젤상을 철회했다. 영국 에든버러시와 옥스퍼드 시는 그에게 줬던 명예시민권을 박탈했다. 노벨평화상도 뺏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그의 침묵에 대해 의견은 분분하다. 인권보다는 자기 민족을 택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고,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함부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지금의 행동은 과거 그의 모습을 잊게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수지 여사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심사위원들조차도 이제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