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씨수말들의 황제 여름나기

by이진철 기자
2018.08.11 08:00:10

최고급 원목 마방, 전담 수의사 24시간 건강 체크
여름철 입맛 관리, 홍삼·마늘·비타민 등 한끼에 4만원

렛츠런팜 제주 씨수말 메니피의 원목마방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건강이 염려되는 것은 말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급 씨수마들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먹거리부터 휴식까지 특별한 관리를 받는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제주에서 지내는 100억원 가치로 평가되는 명마 ‘메니피’ 등 8마리 씨수말들은 몸값에 걸맞은 특별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경마는 혈통 스포츠로, 좋은 유전자가 곧 명마 탄생의 시발점이다. 최강 씨수마 ‘메니피’는 ‘파워블레이드’, ‘디바이드윈드’ 등 자마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획득한 상금의 총액이 약 39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수한 명마와 그 후손들을 낳을 수 있는 씨수말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씨수말의 대우가 최상급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우선 ‘마방’의 품격부터 다르다. 일반 경주마 마방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씨수말이 생활하는 마방은 최고급 원목으로 치장되었으며 크기도 23~26㎡로 정도로 일반 경주마 마방보다 두 배정도 크다. 말들의 세계에서는 가히 5성급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가 쉴 새 없이 시원한 바람을 뿌린다.

말 관리 경력 20년이 넘는 씨수말 전담 관리사들의 관리는 물론, 수의사에게 한 달에 두 번 건강 체크와 24시간 보호로 여름철 집중 관리를 한다. 자마의 성적이 좋은 특급 씨수말들은 전담 수의사도 있다. 정해진 운동 스케줄에 따라 러닝머신 등 체력관리로 여름나기에 돌입한다.



여기에 씨수말은 6600㎡ 정도의 전용 초지도 배정받게 되어 드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노닌다. 따가운 여름 햇볕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커다란 나무도 심겨져있다. 운동 후에는 몸에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샤워와 얼음 마사지를 받는다.

말은 땀을 흘리는 동물로, 충분한 물 섭취와 함께 식단조절에 더욱 신경 쓴다. 하루 12만원 정도의 여름 대비 영양식을 제공한다. 한 끼 순수 재료비만 4만원 정도이니 일반 경주마 식사와는 격이 다르다. 홍삼, 마늘, 비타민, 오메가3 등 몸에 좋다는 영양제가 듬뿍 들어 있다. 또한 ‘알파파’라는 미국산 토끼풀을 압축해 만든 수입 간식으로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을 대비한다.

샤워를 즐기고 있는 렛츠런팜 제주 씨수말 포리스트캠프. 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