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따뜻한 봄이 오면.. 말 생명 잉태의 계절

by이진철 기자
2018.03.03 08:00:00

2월말부터 6월까지 말 교배 시즌
우수 자마 생산 위한 초특급 씨수마 관리

렛츠런팜 제주 씨수마 교배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봄은 각종 꽃이나 식물뿐 아니라 말(馬)이 생명을 잉태하기에도 중요한 계절이다. 계절 번식 동물인 말은 일조시간에 맞춰 발정기에 접어드는데, 일조시간이 15시간이 넘어야 암말이 발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부터 6월까지를 말 교배에 가장 적당한 시기로 손꼽는다. 이 시기가 되면 암말은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3주에 한 번씩 발정하는데, 말에 따라 발정 상태와 발정 기간에는 차이가 난다.

수말은 시기에 상관없이 교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암말이 발정기에 돌입하는 봄에 정자의 농도가 더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수컷 1두 기준의 암컷 교미 두수는 3세 수말의 경우 20두, 4세 수말의 경우 40~60두, 5세 이상이면 100두 이하로 알려져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해 렛츠런팜 제주에서는 2월 21일부터 6월 30일까지 교배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말 관리사들은 지난 11월부터 ‘씨수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잠자리부터 먹거리까지 신경을 썼다.



일단 마사에는 넓고, 푹신푹신한 보릿짚을 깔고, ‘6년근 홍삼 가루’, ‘마늘 가루’, ‘비타민’, 철분제 등 영양 가득한 음식을 먹인다. 보름에 한 번씩 체중을 체크해 컨디션을 관리하고 정자 확인을 통해 건강도 점검한다.

교배하는 당일에는 하루에 1시간씩 워킹머신을 뛰어야 한다. 씨수말 한 마리당 평균 90두의 암말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나이에 맞춰서 횟수를 조절하며 이틀 연속 교배했을 경우 3일째 오전에는 쉬는 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이렇게 관리하는데 투자하는 비용이 씨수말 한 마리당 한 달에 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한국마사회측의 설명이다.

교배를 진행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씨수말은 성욕이 강하다 보니 성격이 약간 포악하고 소유욕이 강한데, 무는 형태로 소유욕을 드러내기 때문에 다른 말에 비해 물려는 습성이 강하다. 첫 교배를 하는 암말의 경우도 예민한 만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교배를 지원하는 직원들 역시 전문적인 기술을 갖춰야 한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국내 말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민간 농가에 무상으로 교배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씨수말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추첨을 통해 공정하게 배분한다. 이렇게 1년 동안 렛츠런팜 제주에서 이뤄지는 교배는 평균 1700~2000회 정도다. 만 19세이상의 성인은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제주 교배소의 교배관람대에서 교배가 이뤄지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 무료로 교배장면을 관람할 수 있다.

말 관리사가 마사에서 씨수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운동시키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