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社, 매출절벽 우려에 신용도 삐끗…주가도 주르륵

by이명철 기자
2017.04.09 07:50:19

신평사,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신용등급 하향
부진한 업황 지속…조선기자재 업체도 주가 부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조선업에 대한 시장 우려는 비단 대우조선해양(042660)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글로벌 조선사들이 이제는 수주 급감에 따른 매출 절벽을 걱정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이들 조선사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주식시장에서는 조선 기자재 업체까지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자 근심이 커지는 형국이다.

9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말부터 일제히 조선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0일과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신용등급을 각각 ‘A-’ ‘BBB+’로 1노치씩 하향 조정했다. 31일에는 현대미포조선(010620)과 건화 신용등급을 각각 ‘A-’, ‘B+’에서 ‘BBB+’, ‘B’로 낮췄다. 이달 4일에는 한국신용평가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신용등급을 각각 ‘A-’, ‘BBB+’, ‘BBB’로 역시 한단계씩 강등했다. 이튿날인 5일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중공업 신용등급을 ‘A-’, 현대삼호중공업 ‘BBB+’, 삼성중공업 ‘A-’로 한단게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달 23~24일 신용평가 3사는 정부 추가 금융지원 방안이 발표된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일제히 ‘B-’로 낮추기도 했다. 등급 전망은 ‘하향 검토(↓)’다. 글로벌 주요 조선 3사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주요 조선업체 신용도가 대부분 떨어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조선업종 신용등급 하락은 수주 잔고 급감으로 사업 안정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태경 한기평 연구원은 “리스크 완화에 따른 추가 손실 제한과 자구계획 이행으로 주요 조선업체는 구조조정 비용 제외 시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면서도 “수주절벽에 따른 수주잔고의 급격한 감소로 사업안정성이 크게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선업계는 지난 2014~2015년 대규모 손실과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재무구조가 저하되자 자구안을 마련, 추진했다.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성 자산은 증가했고 고정비 감축 등 경영합리화로 지난해 30% 이상의 비용 절감을 이룬 것으로 파악되는 등 일부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주 여건이 나아지지 않아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지난해 조선·해양 수주실적은 약 63억달러로 연간 매출액대비 진행 기준 수주잔고가 1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홍석준 한신평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 규모가 크게 줄어 연간으로는 각사별로 전년대비 30~40% 수준의 매출 축소가 예상된다”며 “올해 의미 있는 수준의 수주 실적 회복이 실현되지 않으면 내년 추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 역시 부진한 수주실적으로 수주잔고가 현저히 축소됐다. 이영규 나신평 연구원은 “작년 이행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감안해도 중단기 매출 둔화로 운영효율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해양생산설비의 높은 예정원가율과 해양시추설비 인도 관련 불확실성, 구조조정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하반기 중 일부 개선된 영업수익성은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선사에 대한 우려는 회사채 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주가는 신용도 하향이 시작된 이달 들어서만 6% 가량 떨어졌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오일뱅크 보유 지분 가치가 부각돼 2~3월 주가가 50% 이상 뛰었지만 신용등급 하락 여파 후 이달 소폭 하락 전환했다. 현대중공업도 인적 분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20일 17만9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조선사업 우려 등으로 29일 8% 가량 떨어진 16만5000원에 거래를 마친 후 인적 분할 절차를 위해 거래가 중단됐다.

조선분야를 전방산업으로 둔 기재자업체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용 밸브 등을 만드는 조광ILI(044060)와 조선용 형강제품 생산업체 화인베스틸(133820)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15%, 10%씩 떨어졌으며 STX엔진(077970)도 2% 가량 하락했다.

조선사 실적이 개선되려면 해운과 해양공사 등 업황이 살아나야 하지만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 연구원은 “안정적 매출이 유지되는 가운데 2년치 이상 일감이 확보돼야 사업 불확실성이 일정 수준 해소될 것”이라며 “자구계획 이행과 단기 실적 변화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구조 변화와 수주잔고 증가를 통한 실적 안정화를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