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면세점 즉시면세 시행됐지만…정부 헛발질에 손놓은 유통업체

by김진우 기자
2016.01.12 06:00:00

1월 개정안 시행됐지만…네트워크업체 환급 시스템 개발단계 그쳐
일러야 3월에야 본격 서비스할듯…섣부른 정책 발표에 업계 ''황당''
운영 가이드라인도 없어…도입 늦추다가 일본에 유커 다 뺏길 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마련된 택스 리펀 라운지. 아직 결제 시스템이 개발·보급되지 않아 실제 현장 환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올해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사후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매장에서 세금을 바로 돌려주는 즉시환급제가 시행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겉으로는 ‘검토중’이라거나 ‘계획중’이란 답변이 다수이지만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외국인관광객 특례규정’ 개정안이 지난 1일자로 시행됐지만 즉시 면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언제 도입될지도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전시행정’이란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함께 치열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이미 2014년 10월 사후면세점 즉시 면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현장에 제도가 뿌리내려야만 우리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30일 사후면세점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1회 거래액이 3만~20만원이고 100만원 총액 한도에서 세금(부가가치세 10%, 개별소비세 5~20%)을 바로 돌려주는 즉시환급제를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1월 1일 개정안을 시행했다. 입법예고 이후 법 시행까지 1개월의 준비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기존 유통채널을 비롯해 화장품·잡화·건강식품 매장 등 유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업체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 우세하다. 법 시행과 함께 현장에서 즉시 면세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부의 세부 운영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먼저 대응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후면세점 즉시 환급을 연초부터 하기로 했으면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시행할지 말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정책만 발표하고 실제 현장에서 따라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공개를 한 것”이라며 “시스템이 미비할 뿐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면 새 단말기 설치 등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하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시행된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가 없다. 시스템도 시스템이고, 어떻게 정부가 이를 운영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 업체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KTIS 등 6곳의 네트워크 서비스업체들이 사후면세점 즉시 환급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관세청은 구입자 성명·국적·여권 정보와 물품 내용·수량·단가·세금 등 내역을 관리하는 시스템과 연동하는 테스트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이후 유통업체들이 실제 매장에서 단말기를 설치하려면 이르면 오는 3월에야 즉시 면세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후면세점 자동화 기기를 운영 중인 KTIS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전국의 매장에서 산 것들을 모두 확인하고 하나로 묶는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고객 편의나 UI(User Interface·사용자 환경) 등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버업체들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면 즉시 관세청 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과 류양훈 과장은 “업체들이 시스템을 개발한 뒤 시범 운영을 하려면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안다”며 “법이 시행돼야 이에 근거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후면세점은 백화점·대형마트, 엘아이에스 등 기업형 사후면세점, 개별상점 등 총 1만 774개다. 업계에서는 사후면세점 시장을 2조~3조원 규모로 추정하는데, 이용고객 5명 중 1명이 제도의 불편성 때문에 환급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최소 20%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후면세점이란

외국인 관광객이 상품을 사고 출국하기 전에 도심환급창구나 공항에서 세금(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을 돌려받는 면세판매장을 말한다. 내국인 관광객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주는 사전면세점(공항면세점·시내면세점)은 세금뿐 아니라 관세도 면제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전면세점은 듀티 프리(duty-free), 사후면세점은 택스 프리(tax-free)란 문구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