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설악산 울산바위가 함께하는 낭만 라이딩, 영랑호 자전거 길
by강경록 기자
2013.10.26 09: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이 언제왔나 싶었는데 어느새 만추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붉게 타오르던 낙엽도 하나둘 고엽이 되어 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신기하게도 지금이 야외활동을 하기 좋을 때다. 사색을 즐기거나 구불진 골목이나 가파른 산길을 걷기위해 하나둘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난다. 이번 가을엔 자전거를 타고 가을단풍의 설렘을 만끽해 보는 것도 더 좋다. 한국관광공사는 <두 바퀴로 만나는 늦가을 여행지> 라는 테마 하에 2013년 1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자전거로 떠나는 물의 나라 화천 여행 (강원 화천)’, ‘섬과 섬 사이를 달린다, 신·시·모도 자전거 여행 (인천광역시 옹진)’, ‘자전거 라이딩의 천국, 선유도 등 (전북 군산)’, ‘느리고 고요하게 가을 늪을 달리다, 우포늪 (경남 창녕)’, ‘설악산 울산바위가 함께하는 낭만 라이딩, 영랑호 자전거 길 (강원 속초)’ 등 5지역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영랑호반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는 라이더들.(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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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능선을 거느리고 병풍처럼 우뚝 솟은 울산바위. 그 아래 바다인 듯 호수인 듯 드넓게 펼쳐진 푸른 물결이 영랑호다. 8km에 이르는 호수 둘레를 따라 완만한 자전거 길이 조성되어 영랑호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호반을 따라 나무 그늘이 이어지고 호숫가 조망 쉼터가 있어 여유와 낭만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이제 막 자전거 타기를 익힌 초보자나 어린아이도 무난히 호수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정비가 잘된 것도 장점이다.
영랑호 자전거 길은 쌩쌩 달리며 속도감을 즐기기보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길이다. 손에 잡힐 듯한 울산바위의 장쾌한 전경을 바라보고 잔잔한 영랑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달리는 길이다. 전체 길이는 짧지만 영랑호에 깃든 재미난 이야기와 전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영랑호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내륙의 지형을 깎아내고, 그 퇴적물이 다시 바다를 가로막아 만들어진 석호다. 자연이 만든 비경은 철새를 불러들여 천연기념물 201호 고니를 비롯해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머물다 간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영랑호 자전거 길을 달리면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조선 시대 가사 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에도 등장하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유사》에 영랑호에 관한 기록이 전해진다. 신라 시대 화랑이던 영랑이 금강산 수행을 마치고 서라벌로 가는 길에 호수의 비경에 매료되어 동료들과 함께 오래 머물렀다. 그 후로 호수는 영랑호라는 이름을 얻었고, 화랑과 무인의 수련장으로 쓰였다.
재미난 전설도 전해진다. 영랑호와 청초호에는 용이 한 마리씩 살았다. 어느 날 불이 나서 청초호에 살던 용이 죽었는데, 영랑호에 살던 용이 노하여 속초에 재앙을 내리기 시작했다. 두 마리 용은 부부였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영랑호의 용에게 제사를 지내자, 재앙이 사라지고 풍어가 계속되었다는 전설이다. 영랑호 자전거 길을 달리면 신라의 화랑과 두 마리 용의 이야기를 담은 조각상을 볼 수 있다.
| 강원도 속초의 영랑호반자전거길(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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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는 영랑호 자전거 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명물이다. 호랑이 한 마리가 울산바위를 향해 엎드린 형상으로, 속초팔경 중 하나다.
영랑호카누경기장 앞에는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속초지부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누구나 쉽게 영랑호 자전거 길을 즐길 수 있다. 어린이용 자전거를 비롯해 유아용 보조석이 있는 자전거, 2인용 자전거도 준비되었다. 영랑호리조트 앞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영랑호 자전거 길은 속초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로이기도 하니 자전거를 탈 때 보행자에 유의해야 한다.
영랑호와 이어진 바닷가 마을은 장사항이다. 횟집이 모여 있는 작은 포구로, 해마다 여름이면 장사항오징어맨손잡기축제가 열린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늦가을 바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자전거 타기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장사항의 바다를 왼편에 두고 남쪽으로 길을 잡아보자. 영금정 위에 있는 속초등대전망대와 동명항을 지나면 금강대교를 건너 아바이마을에 닿는다. 한국전쟁 때 피란 온 사람들이 정착한 마을로, 줄을 끌어 움직이는 갯배와 아바이순대가 유명하다. 드라마 〈가을동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면서 외국인 여행객도 즐겨 찾는 명소다.
아바이마을에서 설악대교를 건너면 속초해변으로 이어진다. 무인도인 ‘조도’가 그림처럼 떠 있는 속초해변은 나무 데크로 연결되어 바다 풍광을 감상하며 달리기 좋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놓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해송 숲이 있고, 다양한 조각상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속초해변에서 외옹치를 거쳐 대포항에 이르는 길도 자전거를 타기에 불편함이 없다. 다양한 횟감으로 이름난 대포항은 종합 관광 어항으로 변신 중이다. 영랑호에서 대포항까지 자전거 한 대로 낭만 가득한 속초 여행을 만들어보자.
| 바다와 맞닿은 영랑호 전경(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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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영랑호→속초등대전망대→아바이마을→속초해변→외옹치→대포항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영랑호→속초등대전망대→아바이마을→속초해변→외옹치→대포항 /(둘째 날) 권금성 케이블카→신흥사→척산온천→속초시립박물관&속초실향민문화촌
▲여행 정보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속초관광 www.sokchotour.com
-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속초지부 http://cafe.naver.com/sokchobike
△ 문의 전화
- 속초시종합관광안내소 033)639-2690
-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속초지부 010-5379-8037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속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6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6회(06:05~23:00)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동부익스프레스 033)631-3181
△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 IC→인제→미시령터널→학사평교차로→교동사거리 직진→영랑교 건너 좌회전→영랑호→영랑호카누경기장 앞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속초지부 자전거 대여소
△ 숙박 정보
- 동해콘도 : 속초시 동해대로, 033)635-9631, www.donghaecondo.co.kr (굿스테이)
- 메모리즈모텔 : 속초시 영금정로6길, 033)636-9415, www.memoriesmotel.kr (굿스테이)
- 헬리오스모텔 : 속초시 장사항해안길, 033)632-7676, www.heliosmotel.com (굿스테이)
- 영랑호리조트 : 속초시 영랑호반길, 033)633-0001, www.yrhresort.co.kr
△ 식당 정보
- 대명횟집 : 회?매운탕, 속초시 장사항해안길, 033)631-1541
- 사돈집 : 물곰탕?가자미조림, 속초시 영랑해안1길, 033)633-0915
- 봉포머구리집 : 물회?멍게비빔밥, 속초시 중앙로, 033)631-2021
- 속초함흥냉면옥 : 명태회냉면, 속초시 청초호반로, 033)633-2256
△ 축제와 행사 정보
- 도루묵축제 : 2013년 11월 10일 - 19일 예정, 청호동 어구보수보관장, 033)639-2735(속초시청 해양수산과)
- 양미리축제 : 2013년 11월 22일 - 12월 1일 예정, 속초항 양미리부두, 033)639-2735(속초시청 해양수산과)
△ 주변 볼거리
석봉도자기미술관, 설악씨네라마, 척산족욕공원, 청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