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노컷뉴스 기자
2009.10.23 08:11:47
주일 미군기지 이전, 인도양 급유지원 등 안보현안 둘러싸고 냉기류
[노컷뉴스 제공]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미.일 동맹관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중국과의 유대 구축을 중심에 두면서 이른바 '아시아판 유럽연합'과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East Asian Community)'를 역설하고 있고, 또 지난 2006년 합의된 주일 미군 개편 계획을 재검토하려는 데 맞서 미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을 방문했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하토야마 총리를 면담한 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기타자와 방위상의 만찬초청과 자위대 사열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오랜 동맹국인 일본과의 관계에 새로운 주름살(wrinkles)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북한, 중국 문제에 부담을 안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 맹방인 일본과의 관계가 새로운 난제(troubles)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이어 게이츠 장관은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재정의'하는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그동안 아시아에서 일본을 '편안함을 주는 상수(a constant)'로서 여겨왔고, 이같은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지금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과 후지사케 이치로 주미 일본대사의 '언쟁'은 안보 현안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신경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모렐 대변인은 인도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 함대에 대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급유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지만 바로 다음날 후지사케 대사는 "그같은 결정은 전적으로 일본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서 언급될 사안이 아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놓고 다니오카 구니코 일본 참의원과 케빈 마허 국무부 일본 과장이 설전을 벌였다.
당시 마허 과장은 "후텐마 기지 협의는 이미 일단락된 문제"라고 말하자, 다니오카 의원은 "협상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자민당 정권과 부시 전 행정부가 2006년에 합의한 주일미군 재편 계획에 따르면,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기지의 비행장 기능은 2014년까지 오키나와 북부 해안기지로 옮기고, 주둔중인 8천명의 해병대원은 괌으로 이전하게 돼 있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존스 홉킨스大 라이샤워 동아시아연구소의 켄트 칼더(Kent Calder) 소장은 "지난 30년동안 일본이 미국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합의가 됐습니다'라고 말하면, 일본은 '소우데스카(그렇습니까)'라고 답변하고 모든 게 끝나는 식이었지만 이제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