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염증성장질환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by이순용 기자
2024.10.21 07:14:38
[하나연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교수]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염증성장질환은 말 그대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하며,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구분된다. 현재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 환경,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증상과 점막의 염증을 완화시켜서 비교적 건강한 시기인 관해 상태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후에는 관해를 가능한 오래 유지시켜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염증성장질환은 장벽, 변혈, 복통, 적취 등의 범주에 해당되며, 소화관의 기능 저하 및 장의 기혈 순환장애, 또는 운동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기존 약물치료
에 한방치료를 병행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증상의 호전, 치료 기간의 단축, 스테로이드제제의 용량 감량, 관해의 장기적 유지, 부작용 관리 등이 거론된다. 또한 소화불량, 전신피로감 등의 동반증상을 조절하여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자체적인 회복 능력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한방치료를 적용함에 있어 기존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를 고려하는 동시에 증상의 중증도를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구분하는데, 흔히 경도, 중등도 단계가 한방치료의 적응증이 된다. 활동기에는 증상의 정도를 파악하여 염증 반응을 완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설사와 잦은 출혈이 동반된다면 항염증 효과, 면역조절 작용, 지혈 효능이 있는 금은화, 황련 등의 한약재를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금은화, 백출, 택사 등이 포함된 보장건비탕은 설사, 복통, 혈변 증상을 감소시키며 장의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관해기에는 신체 저항력을 높이고, 전신증상 관리 및 상태 유지, 재발 억제에 중점을 둔 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급성 증상은 거의 사라지고 식욕저하, 피로감이 주증상을 이룰 경우 인삼, 산약, 백출 등 비위기능을 돕는 약재를 선택할 수 있다. 또는 아랫배의 냉감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경우, 건강(말린 생강)을 활용하여 배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동시에 복부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침과 뜸 치료는 통증을 조절하고 소화관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며, 특히 뜸 치료는 만성적인 냉성 통증을 없애는 데 탁월하다. 복부에서 온열 자극이 도움이 되는 부위는 중완(명치와 배꼽의 가운데), 천추(배꼽 양쪽), 관원(배꼽과 치골 사이)이 대표적으로, 온기를 심부로 전달하기 위한 뜸 치료가 권장되는 부위이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중완, 천추, 족삼리 등의 혈자리를 변용하여 침 및 뜸 치료를 시행했을 때 증상이 호전되고 삶의 질이 증가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이완요법, 호흡법 등을 활용한 기공, 명상 치료는 스트레스를 줄여 통증을 완화할 수 있고, 전신의 기혈 순환을 도모함으로써 저하된 전신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염증성장질환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소화가 잘되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되,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카페인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전문가와의 영양 상담을 통하여 개별화된 식사계획을 세워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은 피하면서 균형 있는 식사를 통해 영양결핍을 예방함으로써 장 점막의 상처 회복을 돕고 자극은 최소화해야 한다. 거칠지 않은 곡류와 부드럽게 조리한 육류, 생선류 등이 권장되며 이를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염증성장질환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의 변화, 음식 및 약물 부작용 등 본인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정기적인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가지고, 수면습관, 식생활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과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당한 산책, 수영과 같은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질병의 활동성을 줄이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권장된다. 그러나 과격한 근력운동은 오히려 설사나 복통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