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아온 은행주…‘밸류업 기대감’ 타고 강세

by원다연 기자
2024.10.17 05:05:00

코스피 ‘팔자’ 외국인, 은행주엔 러브콜
美은행주 호실적 투자심리 뒷받침
밸류업 공시·지수 편입 기대↑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은행주에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 들었지만 미국 은행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며 국내 은행들에 대한 투자심리(투심)도 살아나고 있는데다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이뤄질 ‘밸류업 공시’가 재차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105560)을 182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전체 종목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신한지주(055550)에 대해 각각 775억원, 500억원 ‘사자’에 나섰고 하나금융지주(086790)를 295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 넘는 규모를 순매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주에 대한 강한 투심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에 힘입어 KB금융은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7.92% 뛰었다. 하나금융지주가 같은 기간 11.90% 올랐고, 우리금융지주(6.26%)와 신한지주(1.62%)도 모두 상승했다.

통상 은행에는 불리한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 들었지만 미국 은행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은행주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9억 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으로 환산하면 8.40달러로, 시장 예상치(6.89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3분기 EPS가 0.81달러로 시장 전망치(0.77달러)를 웃돌았고 씨티그룹의 EPS는 1.51달러로 시장 예상치 1.31달러를 상회했다.

국내 은행 역시 3분기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순이익) 예상치는 4조 650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 4222억원)보다 5.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연속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고 시장금리 등 금융변수에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여서 금리 인하에 따른 단기적 주가 영향 또한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은행들이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또 한번 밸류업 모멘텀이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밸류업 공시를 계획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명시적 주주환원율 수치보다는 로직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상황이 충족되면 단기간에 주주환원율이 50%를 크게 상회할 수도 있는 상단이 열려 있는 방안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나금융은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 기대와 더불어 주주환원율 또한 크게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일부 은행들이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밸류업 지수에서 빠져 있었으나 최근 한국거래소가 리밸런싱(종목 변경)을 검토함에 따라 이들이 지수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들 종목이 단기 조정을 겪을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밸류업 지수 재편입에 대한 기대로 급등했는데 실적 발표 이후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