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12조 상장 전망에…하나투어·여기어때도 ‘들썩’

by허지은 기자
2024.06.29 08:30:00

[위클리M&A]
경영권 매각 추진 중인 하나투어·여기어때
예상 기업가치 1조 안팎…IPO로 선회 전망도
야놀자, 체급 키우려 경쟁사 인수 가능성 제기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나스닥 상장을 앞둔 야놀자가 최대 12조원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내세우면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하나투어(039130)와 여기어때도 덩달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양 사의 매각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으로, 기업공개(IPO)로 선회할 경우 이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일각에선 야놀자가 상장 전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경쟁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미국 상장 신청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야놀자가 4억달러(약 5473억원) 조달을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며, 예상 기업가치가 최대 70억달러(9조 6000억원)에서 90억달러(12조 3000억원)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아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놀자가 상장을 택한 반면 하나투어와 여기어때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최대주주는 경영권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증권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 보유 지분 16.68%과 창업자 박상환 회장(6.53%), 권희석 부회장(4.4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27.7%다.

하나투어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9383억원이다. 하나투어는 소액주주 지분이 65.91%에 달해 지분 27.7%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매각 대상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는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나투어 인수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는 물론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들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어때 최대주주인 영국계 PEF 운용사 CVC캐피탈도 주관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를 통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목표 매각가는 1조원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2019년 CVC캐피탈이 여기어때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매각에 성공할 경우 3~4배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나투어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도 여행업황 회복에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매각 적기로 볼 수 있다”며 “여기어때도 2019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5년이 지난 만큼 매각 시기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야놀자의 목표 기업가치가 최대 12조원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흥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당기순이익 역시 242억원으로 전년대비 157% 급증했다. 고가 패키지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성수기인 2~3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경영권 매각이 아닌 IPO를 추진할 경우 더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어때는 지난 2022년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5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 1조 2000억원을 인정받았으나, 플랫폼업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조정으로 큰 폭의 상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놀자가 10조원 이상의 밸류 달성 가능성이 나오면서 IPO가 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CVC캐피탈은 지난해에도 1조 5000억~2조원의 기업가치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당시 CVC캐피탈은 부킹닷컴·아고다 운영사 부킹홀딩스, 익스피디아 등 해외 OTA그룹 등에 매각을 타진했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으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놀자가 상장 이전 체급을 키우기 위해 경쟁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나온다. 야놀자는 2021년 7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 II CRYSTAL SUBCO (SINGAPORE) PTE. LTD.)에서 총 2조원 규모 투자유치 당시 8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10조~12조원의 몸값은 직전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에 상장 프리미엄을 적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0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놀자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581억원으로, 해외 상장 비교기업(부킹홀딩스·익스피디아·트립닷컴·에어비앤비) 평균 EV/EBITDA 25.3배에 보유 순현금(3106억원) 등을 적용한 기업가치는 1조 78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다만 야놀자가 상장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타사 인수를 동시에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상 매각가로 하나투어는 최소 6000억원, 여기어때는 최소 1조원 이상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야놀자의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