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힘 모으니 일손 덜고 제값 받아…`오후가 있는 삶`은 덤이죠"

by이명철 기자
2021.12.16 07:03:00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 우수사례, 경북 의성 다인농협
공동선별·출하로 작업 효율성 제고…품질 높아지니 가격도↑
참여농가 2년새 두배 껑충…재배기술·품종통일 작업 등 추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농가들은 복숭아를 수확해 전달만 하면 공동선별장에서 일제히 출하합니다.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거치니 수취가격도 올랐고 개별 농장에서 일일이 포장해서 공판장에 내놓던 수고를 덜었습니다. 농가들에게 ‘오후가 있는 삶’이 주어진 것이죠.”(황성민 다인농협 상무)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다인농협의 복숭아 공동출하회 선별장에서 복숭아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aT)


경북 의성군은 대표 특산품인 흑마늘 뿐 아니라 복숭아 재배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다. 개별 농가들이 수확한 복숭아를 모아 함께 선별·출하하는 공동경영체를 통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복숭아 주산지인 경북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성군의 다인농협이 지난 2018년 결성한 복숭아 공동출하회는 정부가 지원하는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사업의 일환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밭작물 주산지 중심으로 조직·규모화된 공동경영체를 육성해 품질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시작했다.

공동경영체 육성 대상으로 선정되면 2년 동안 농가 교육·컨설팅 등 역량 강화, 농기계 공동구입·이용 등 생산비 절감, 저온저장고 건립 등 품질 관리를 위한 비용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총 사업비는 10억원이다. 국비로 50%를 보조하고 40%는 지방비로 충당한다. 자(自)부담은 10% 수준이다. 다인농협도 공동출하회를 결성했을 당시 9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 받았다.

초기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황성민 상무는 “아무래도 처음엔 농가 사람들이 ‘나 없이도 작업이 잘 될까’하는 반응이 있기도 했지만 사업을 2~3년 하다 보니 본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고 전했다.



다인농협은 공동경영체를 구성하면서 승용예초기·동력파쇄기·굴삭기 등 공동농기계를 도입해 산지 작업속도를 개선했고 생산비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콜드체인 운반 차량을 도입하는 등 유통시스템도 개선했다.



농협이 마련한 공동선별장은 성과가 컸다. 황 상무는 “수 십 곳의 농가가 공판장에 각각 출하하는 것보다 선별기를 통해 한번에 납품하니 작업 속도가 빨라졌고 선별장에 출하만 하면 되기 때문에 농가 노동 부담이 줄었다”며 “공동선별은 기준이 더 까다롭기 때문에 경매장에서도 인정받아 기존 상품보다 2~3% 정도는 수취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과 농협의 참여가 기반이다 보니 신뢰도도 높다. 참여 농가는 지난해 기준 98농가로 2년 전(42농가)보다 133% 늘었다.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32.7ha에서 53.4ha로 60% 가량 확대됐다. 2019년 지원 사업자 중 종합 평가 결과 우수조직에 선정되기도 했다.

황 상무는 “우수한 복숭아 공동경영체를 많이 답사하면서 벤치마킹을 했고 행정기관과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졌다”며 “오후가 있는 삶을 농가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송강수(왼쪽) 다인농협 조합장이 복숭아 재배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aT)


현재 공동경영체는 지역 대부분 농가가 참여한 만큼 이제는 재배면적 등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현재 복숭아 선별·출하·유통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재배기술 향상과 품질 제고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지자체·농협·생산자가 참여하는 주산지협의회를 통해 시기별 품종 현황을 파악하고 복숭아 수급 안정을 위한 품종 통일 작업도 추진 중이다.

황 상무는 “아직은 청도 복숭아 같은 선도지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수준인 만큼 장기적으로 자체 핵심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농가와 지속적인 우수 정보 교류를 통해 농가는 우수한 품질을 생산하고 농협은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