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2배·종부세 3배·취득세 24배…부동산 세금폭탄 국회서 더 세진다
by최훈길 기자
2020.07.27 00:00:00
내달 4일 부동산 과세 강화법 처리
정부안보다 강화될 전망, 1주택도↑
거래세 낮춘다더니 10조+α 증세 추진
“임대인 세금→임차인 전·월세 전가 우려”
|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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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이같은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집회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율 상향 등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나선 정부를 비난하는 성토장이 됐다.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 없이는 세금폭탄만으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당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2일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보다 더 강화된 법안을 전방위 검토 중이다. 조세저항도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이데일리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총 50개 소득세·종합부동산세·지방세 개정안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대로 법안이 개정될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취득세 부담이 현재보다 최대 24배 급증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월 국회에서 7·10 대책보다 강화된 의원 발의안도 병합심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8월4일 본회의에서 최종 법안이 통과되면 취득세 강화안부터 하반기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여당 법안은 정부안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지난 10일 기재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취득세를 현행 1~4%에서 1~12%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을 2채 이상 가지고 있는 가구가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24%를 적용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보다 취득세율이 최대 24배 커지는 것이다.
12억원 넘는 주택의 취득세도 오를 수 있다. 박 의원은 주택 취득가액 3억원 이하와 12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각각 0.8%와 4%의 세율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시했다. 3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는 현재보다 0.2%포인트 세율이 낮아지지만, 12억원 초과 주택 취득세는 1%포인트 세 부담이 늘어난다.
실거주 요건도 강화된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에는 주택을 취득하고 1년 이내에 입주하지 않으면 현행 취득세율(1~4%)에 10%를 추가 과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거주가 아니라 시세 차익을 위한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경향이 팽배하고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취득세에 이어 양도세도 정부안보다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7·10부동산 대책의 시행 유예 방침에 따라 양도세는 내년 6월2일 매매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1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의 양도세를 현행 40%에서 70%, 2년 미만 주택의 경우 40%에서 60%로 강화할 방침이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1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의 양도세를 정부안보다 10%포인트 높은 80%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의 발의한 법안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양도세가 현재보다 최대 2배 오른다. 강 의원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전면 폐지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에게도 소급 적용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내년 6월1일 보유한 건물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책정돼 내년 12월에 부과된다. 종부세는 현행 0.5~3.2% 수준이다. 기재부는 이를 0.6~6.0%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박홍근 의원은 종부세 최고세율을 8.2%로 현재보다 3배 가량 높이는 법안을 내놨다.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 세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기재부는 고가 1주택 종부세율을 현행 0.5~2.7%에서 0.6~3.0%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박홍근 의원은 0.75~4.05%로 기재부안보다 1주택 종부세율을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50% 종부세 공제를 받는 1주택 장기보유 공제를 폐지하고 실거주 기간에만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소득세에서 6조5128억원, 종부세에서 4조1987억원 등 10조7115억원(누적법 산정 기준)을 증세하기로 했다. 지방세인 취득세·재산세 증가분까지 포함하면 증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보유세가 낮은 게 사실”이라며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시행과 함께 급격한 징벌적 과세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4일 인사청문회에서 “거래세는 장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양도세·취득세를 대폭 높였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세법 전문가도 헷갈릴 정도로 너무 자주 세법이 개정돼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치는 상황”이라며 “임대인에게 과도한 세금 인상을 하면 임차인에게 전·월세 부담으로 전가돼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