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20.04.17 05:30:41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제시하는 전염병 퇴치 전략
공항,병원 하수구 상시 바이러스 검사 시스템 구축해야
감염 증상 나오기 10일 전 하수구샘플서 바이러스 발견
제2코로나 초기 박멸에는 ''조기경보시스템'' 필수
[이데일리 류성 기자]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전염병을 초창기에 퇴치하기 위해서는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코로나19 펜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조기에 차단하려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못지않게 이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회장은 공항이나 대형 병원, 대단지 아파트 등 인구밀집 지역의 하수구 샘플을 통해 바이러스 성분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바이러스에 전염된 환자가 세수나 목욕, 또는 대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바이러스가 하수구에 모이는 원리에서 착안한 방법이다. 이 하수구 샘플을 분석하면 어떤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퍼져있는지를 사전에 알수 있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기 대응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회장은 특히 이 시스템을 가동하게 되면 환자가 전염병에 감염돼 증상을 보이기 10여 일 전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돼 있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염병 환자가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개 감염한 지 2주가량 지나서부터인데 이때는 이미 조기대응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서 회장은 “이미 이러한 형태의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네덜란드 국립 공공건강 및 환경 연구소는 네덜란드 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불과 4일 만에 스키폴 공항의 하수구 샘플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 조기경보시스템을 12개 전국 주요 도시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는 환자까지 포함해서 인구의 어느 정도가 전염병에 감염됐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전염병 증상을 기준으로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의료시스템은 자칫 감염자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빙산의 일각’만 확인하는 우를 범할 수 도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지 여부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조기경보시스템의 강점으로 꼽힌다.
서 회장은 한국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세계 주요국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데는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큰 피해를 입은 메르스 사태와 중국 미세먼지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대형 유행병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병원 의료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중국 미세먼지 영향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환경이 미리 마련돼 있었다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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