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택배 퀸'…"뛴만큼 버는 게 매력, 여성도 문제 없어요"

by함지현 기자
2019.06.24 06:30:00

CJ대한통운 전정아 기사…월 순수입 800만원 수준
월평균 8000개 물량 소화…집화까지 더해 수익↑
"성실함·책임감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고소득 가능"

전정아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배송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성실함과 책임감만 있으면 여성들도 얼마든지 고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 번 해본 사람들은 꼭 다시 돌아올 정도로 매력이 있는 일인 만큼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내려야 하는 계단.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트럭 내 가득 쌓인 짐을 배송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을 적시는 땀. 오전 7시에 출근해 일이 많은 날은 자정이 다 돼야 끝날 정도로 고된 일.

이 때문인지 대부분 택배기사는 남성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업계 1위 CJ대한통운에서도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전담 기사 중 여성의 비율을 약 1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당히 1억 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택배퀸’이 있다. 바로 CJ대한통운의 전정아 기사다. 1976년생인 전 기사는 지난 2010년 택배업계에 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력을 쌓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CJ대한통운 용인지점 수지SUB터미널에서 만난 그는 예상과 달리 아담한 체구였다. 하지만 빠르게 짐을 분류하는 손놀림에서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밝은 표정과 명랑한 목소리는 남성이 대부분인 터미널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전 기사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오전 10시까지 배송할 짐을 받아 정리한 후 1차 배송에 나선다. 1차 배송이 끝나고 나면 오후 1~2시쯤 다시 들어와 짐을 싣고 2차 배송을 나선다. 일이 많지 않은 월요일은 오후 5시면 업무가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물량이 몰리는 화요일은 밤 11~12시까지 배송한다.

그렇게 한 달에 담당하는 양은 8000여개. 명절이 포함된 달은 9000개까지도 혼자 소화해 낸다. 이 터미널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반적인 물량이 늘어났고 단위구역 당 배송상자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다만 본인이 담당하는 지역에서만 수년째 일하면서 일이 손에 익고 신뢰도 역시 쌓이면서 이처럼 많은 물량을 배정받고 있다. 여성고객이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문을 열 수 있게 만든다는 점도 여성 기사의 장점 중 하나다.

특히 새로운 시스템이 설치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택배 상사를 배송구역별로 자동 분류해 주는 택배 자동 분류 장비인 휠소터다. 택배 중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한 인텔리전트 스캐너(ITS)가 도입되면서 무겁고 부피가 큰 제품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좀 더 저렴하게 배송할 수 있는 다른 업체로 이 같은 물량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전정아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택배는 내가 일 한 만큼 대가가 따라오는 정직한 직업이라며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 8000건에 달하는 배송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개별적인 영업을 통해 집화 물량 업무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간 나는대로 거래처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새로운 거래처 확보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집화란 판매자가 출고한 상품이 택배터미널을 통해 전국으로 이동될 수 있도록 택배기사가 인수하는 일을 말한다. 단가 자체는 높지 않지만 배송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 외에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기사가 배송과 집화를 모두 포함해 벌어들이는 돈은 세금과 수수료를 모두 떼고 월 순수익만 800만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계산법으로 연봉을 따지면 1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수준.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평균 월 소득(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유류비, 통신비 등 각종 비용 포함)은 578만원이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는 열심히 일한 만큼 수입이 보장될 뿐 아니라 사업자로서 영역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보육교사·평생교육사·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수익’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따르는 이 업종을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택배는 내가 일한 만큼 대가가 따라오는 정직한 직업으로,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수명이 짧다는 오해도 있지만 20년 이상 하는 분도 많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내 구역에서 언제까지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느덧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이들도 고된 업무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활력소다. 전 기사는 쉬는 날이면 본인의 성격을 닮아 활발하다는 두 남매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주말에 아이들이 직접 일을 도와준 적도 있다. 하루 종일 함께 일을 하면서 엄마의 힘든 일을 지켜본 뒤로는 안부전화를 하는 날이 많아졌고 학원도 더욱 열심히 다니고 있다. 언젠가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친구들과는 언제든지 놀 수 있지만 엄마와 있는 시간이 소중하니까 토요일마다 엄마의 일을 돕겠다”는 말을 했는데, 더없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전 기사에 대한 주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그와 함께 일하는 남성 기사들은 “(전 기사가) 경력이 오래돼서 그런지 작업 속도도 빠르고 굉장히 꼼꼼하고 정확하다”, “성격이 밝고 목소리 톤이 높아 덩달아 아침에 기분 좋게 작업을 시작한다”라며 칭찬했다.

전 기사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여성이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친한 사이가 됐다”며 “앞으로 배송은 물론 집화 거래처 등 영역을 확장해 이 자리에서 조금 더 깊이, 단단하게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