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수기 앞둔 위스키…다시 고개드는 '나이(年産) 논란'

by이윤화 기자
2018.11.02 05:30:00

송년회 등 ''대목'' 앞두고 마케팅 신경전 치열
저도주 음용 소비자 절반 이상 ''무연산·연산'' 착각
''연산 알기 캠페인'' 등 1위 잡기 총력

12년산 스코틀랜드 위스키 원액으로 만든 프리미엄 연산 저도주 ‘W 시그니처 12’.(사진=디아지오 코리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연산(年産)을 둘러싼 위스키 업체 간 해묵은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저도주 위스키에도 정확한 연산을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품질과 맛이 본질’이란 반박이 맞서고 있다. 송년회 등 각종 이벤트가 많은 연말은 주류업계 대목인 관계로,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연산 갈등’은 최근 40도 미만 저도주 위스키의 인기와 함께 원액 숙성기간을 표기하지 않은 ‘연산 미표기’(무연산·No Age Statement) 제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불거졌다. 연산은 위스키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한 원액 중 숙성기간이 가장 짧은 원액을 기준으로 한다. 17년산으로 표시된 제품이라면 17년 이상 숙성된 원액들을 블렌딩해 만들었다는 의미다. 오크통 속의 위스키 원액은 1년마다 평균 2%씩 자연 증발하기 때문에 원액 숙성기간이 길수록 위스키 가치가 높아진다.

연산 갈등은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가 지난 2012년 36.5도의 저도 위스키 12년산을 ‘골든블루 사피루스’로, 2014년 17년산을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로 리뉴얼하며 연산을 없애면서 시작됐다. 경쟁업체들은 무연산 제품을 연산 제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저도주 제품을 마시는 소비자들의 절반은 연산 표시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조사기업 PMI가 지난달 5~10일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을 통해 전국 30~54세 남성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산(12년, 15년, 17년 등 위스키 숙성 연도를 표시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98.7%가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40도 미만의 저도주 제품을 주로 마신다는 소비자들 중 절반 이상인 55%는 연산 표시 여부를 잘못 알고 있었다. 실제 무연산 저도주를 마시면서, 연산 제품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고도주 음용자의 경우 오인지 비율은 15.0%로 낮았다. 또 10명 중 8명은 연산 표시가 있는 것으로 알았던 제품이 무연산 제품임을 인지했을 때 제품을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고연산 퓨어 몰트 저도주 스무스 17 & 스무스 12. (사진=페르노리카코리아)
저도주 위스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독주하던 골든블루의 시장점유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올해 8월 기준 52%(주류협회)로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출시한 디아지오코리아와 2016년 말 ‘35 바이 임페리얼’을 선보인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뒤를 쫓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디아지오·페르노리카 등은 ‘저도주 위스키도 연산을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면서 연산 제품 라인업 강화로 대응에 나섰다.

임페리얼은 지난해 선보인 최초의 17년산 퓨어 몰트 저도주 ‘더 스무스 바이 임페리얼’에 이어 최근 12년산 퓨어 몰트 저도주 ‘스무스 12’를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임페리얼은 고연산 퓨어 몰트 저도주 라인업(제품군) 완성을 기념해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과 손잡고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도 연다.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전체가 오는 9일부터 30일까지 ‘더 스무스 호텔 앤 몰트 바’로 변신한다.

디아지오는 연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는 ‘하우 올드 아유’(How Old Are You)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강남의 주요 상권 내에서 ‘W 시그니처 스트리트’를 운영하고, 연산을 포함한 제품 정보를 올바르게 확인하는 방법과 함께 12·17년산 저도주 ‘W 시그니처 12 & 17’을 소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골든블루 무연산 제품이 연산 임페리얼 보다 훨씬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데 최초 연산 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했으면 지금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높게 책정한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이라는 문구가 붙은 무연산 제품을 연산 제품과 동등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든블루 측은 위스키 품질은 연산뿐 아니라 보리의 종류, 오크통의 품질, 증류 기술, 블렌딩 노하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반박했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품질과 맛으로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든블루의 36.5도 무연산 위스키 ‘사피루스’(사진=골든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