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맞는 베트남의 자세

by이재운 기자
2018.08.25 08:00:00

정부 차원 올해 화두로 꼽고 각종 지원책 내놔
스타트업 창업 독려하고 빠르게 혁신문화 전파
규제 마련 과정에도 업계 대표자들 함께 논의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디지털 전환은 베트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Digital transformation imperative for Viet Nam)”

지난주 베트남 현지 영자신문 ‘베트남뉴스’의 기사 제목이다.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태국 방콕에서 열린 CLMVT(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포럼 2018을 다룬 이 기사에서는 당시 주제인 ‘디지털 전환 혹은 손실(Digital transformation or lose?)’를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SME) 활성화를 통해 보다 빠른 혁신 성장을 일구는 방안에 주목하며 이를 위한 각종 법·제도 지원장치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를 비롯해 교육 체계, 기술력 확보 등 다양한 성장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ASEAN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지역적인 연합체를 통한 협력 방안을 다뤘다.

이 자리에서 눈길을 끈 사람은 현지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그랩’의 베트남법인 임원인 응위엔 반 안이다.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인 ‘그랩 포 비즈니스’의 베트남 사업을 총괄하는 그는 스타트업이 가져다주는 수 많은 경제적 이득에 대해 소개하며 “기술이 우리의 사업 방식(Business Model)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현재 글로벌 굴지의 IT 기업들이 모두 빠른 성장세에 주목하며 달려들고 있는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연평균 7% 가량의 성장률을 이어가며 동시에 외자유치와 내수 시장 성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곳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올해 화두를 4차 산업혁명으로 잡고 예산을 집중시키고 있다. 코트라(KOTRA) 하노이무역관이 올 초 내놓은 ‘성장 반전에 성공한 베트남 경제, 2018년 정책 화두는?’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5월 4차 산업혁명 접근 가능성 강화에 관한 총리 지시(Directive 16/ CT-TTg)를 통해 △전자정부 구축 △혁신 기술 보유 스타트업 육성 △스마트시티 건설 △디지털 산업 전문 인력 양성 △전 분야에 걸친 혁신적 과학기술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처럼 경제의 중심축에 디지털을 결합하는 방안은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자정부국가위원회를 올 5월 총리 직속으로 결성해 운영하고, 행정 절차를 비롯한 각종 정부 규제를 보다 합리적이고 현대적으로 처리하기 위핸 개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전자정부 분야에서 앞선 나라와 협력도 꾸준히 꾀하고 있다.

가장 활성화된 신산업은 바로 공유경제다.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그랩은 차량 공유는 물론 음식배달, 이륜차(오토바이) 공유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고젝, 고비엣, 패스트고, 엠블 등 여러 국내·외 업체가 도전장을 내밀며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간편결제를 비롯한 핀테크 산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나파스(Napas), VN페이, 모모, VTC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전자지갑 서비스가 등장했다.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계 서비스는 물론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서비스도 시작됐다. 아직 확실한 1인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베트남 호치민시 그랜드팰리스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신규 론칭 행사에는 1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토요일 오후 진행된 이 행사에서 창업자이자 대표인 찰리 짠은 “한국과 중국에 집중된 암호화폐 거래소 흐름에 베트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외쳐 객석의 호응을 얻었다. 사진=이재운기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도 높다. 국제적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나 후오비 등에서 베트남 투자자들은 국가별 통계에서 2~3위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현지에 기반을 둔 거래소도 새로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는 현재 100만명 규모로 추산되는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밖에 일본 등 다른 선진국가의 IT 서비스 아웃소싱 수주와 부동산 관련 모바일 서비스, 라자다·티키 등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MCN), 신재생 에너지 산업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저변에는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논의 기조가 깔려있다. 베트남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 창업자인 찰리 짠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정부는 100여명의 관련 업계 대표자·전문가들을 모아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2년 안에 적절한 규제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전시된 삼성 갤럭시노트9.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동남아시아 지역 주요 거점으로, 생산은 물론 판매 입장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사진=이재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