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수난시대..기업들 "그래도, 블록체인 가즈아"

by김현아 기자
2018.01.17 05:20:13

KT 블록체인 센터 개소..SK텔레콤, 전담조직 셋업중
세종텔레콤, 포스코ICT도 관련 조직 신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과 같은 뿌리 사업모델 무궁무진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 혁신 움직임도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둘러싼 정책 혼선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블록체인을 차세대 신뢰 네트워크, 제2의 인터넷으로 보고 ‘지능형 통신 인프라’의 기반 기술로 보는 쪽부터, 탈중앙화된 P2P 기반 신뢰확보 기술이란 점을 무기로 암호화폐뿐 아니라 금융거래, 차량공유, 외화송금 및 결제, 에너지 이력관리, 수출입 물류 등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포스코ICT, 세종텔레콤 등이 블록체인 연구개발(R&D) 전문조직을 만들거나 조직 셋업을 위해 인재 영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 넥슨, 한빛소프트 등 인터넷·게임 회사들은 관계사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진출했으며, 보안 업체 넥스지는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와 블록체인 기술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이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코닥의 사진거래, 도요타의 차량공유,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등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도입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이스라엘에선 블록체인의 일종인 이더리움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는 차량공유 서비스 ‘라주즈’가 탄생하기도 했다. .

국내에서 블록체인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한 회사는 KT다. 4년 전 미래기술담당으로 운영하다가 올해 1월 1일 융합기술원 직속 조직으로 블록체인 센터(센터장 서영일 상무)를 만들었고, 벌써 18명이 일하고 있다. 50여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연초 인사에서 오세현 전무를 SK(주) C&C에서 영입한 뒤 김종승 팀장을 포함 10여명을 중심으로 전담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종텔레콤 역시 김형진 회장 직속 조직으로 블록체인 전담팀을 만들었고, 포스코ICT도 최근 조직개편에서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다룰 신사업개발실을 만들었다.

서영일 KT 블록체인 센터장(상무)은 “인공지능(AI)의 재료는 데이터이고, 데이터의 중개와 거래 인프라가 블록체인”이라며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거래하고 정확하게 기록(인터넷 상에서 디지털 문서의 원본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라고 소개했다.

KT가 BC카드 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보관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관리시스템으로 해결한다거나, SK텔레콤이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전기 화재의 원인이 되는 야크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것도 블록체인이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장해준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소위 암호화폐 거래에 쓰이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각 사 주력 사업의 효율성 증대에 쓰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분리해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은 활성화시키고 암호화폐 거래는 막기보다는 증권시장 거래소처럼 암호화폐의 안전 거래를 위한 법·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이유로 카카오, 넥슨, 한빛소프트 등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두나무, 코빗, 코인제스트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며, 투자 수익외에 각사 사업 모델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암호화폐가 1500종 정도 되는데 이를 통해 블록체인 경제가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TC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라는 현재 쓰이는 인터넷 프로토콜을 대체하는 ‘블록체인 신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구글·페이스북을 능가하는 글로벌 스타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센터장은 “현재의 인터넷에서 구글은 2011년부터 트래픽을 암호화하기 시작해 60% 정도는 어떤 데이터를 주고 받는지 알 수 없게 됐다”며 “하지만 블록체인은 데이터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해주기에, 글로벌 OTT 생태계를 주도하는 구글을 능가하는 빅체인지가 발생할 수 있다. 후불이 다수인 통신이나 금융도 선불이 대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란 분산원장(Distributed Leader) 기술로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금융기관 등 특정 기관의 중앙서버가 아닌 P2P(Peer to Peer·개인간)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