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일단 끌고 간다"..성동·STX조선 처리 결정만 남았다

by노희준 기자
2017.11.21 06:00:00

"STX조선, 청산가지 > 존속가치"
STX조선, 3000억 현금 可..당장 청산 안 해
STX조선, 중장기 생존 가능성↓..성동 상황 더 나빠
문재인 정부 구조조정 ''뒷짐''..산업경쟁력장관 회의 無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STX조선해양 제공.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생사 시험대에 올랐던 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잇단 실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건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중소형 조선사를 계기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정부 부처간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이나 채권단 모두 처리 방안에서 가닥을 잡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추진한 STX조선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STX조선을 지금 당장 청산하는 게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낫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지난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조기 졸업에 무게를 두고 독자생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실사를 추진해왔다.

그러다 지난 8월 STX조선 선박 폭발 사고가 터지며 실사가 중단됐고 최근 실사가 마무리돼 잠정 보고서가 나왔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만 STX조선을 당장 청산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회사에 현금이 있는 데다 부동산 및 STX프랑스 등 계열사 매각 등으로 추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 당장 문을 닫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STX조선이 보유한 현금이 1500억원이고 여기에 원래 추진하려던 자산 매각을 통하면 3000억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예금을 담보로 이르면 이번주 내로 STX조선이 수주한 11척(1500억원 상당)에 대한 RG(선수금환금보증)발급을 지원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8월 20일 경남 창원에 있는 STX조선에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건조작업 중에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사망했다. (사진= 뉴스1)
문제는 중장기 생존 가능성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STX조선의 생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채권단 판단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실사 결과가 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이 구조조정을 추진한 성동조선의 실사결과 역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따라서 자연스레 두 조선사의 통합 등을 포함한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의 실사 결과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7000억원, 존속가치는 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STX조선과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 처리 방향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당장 두 조선사의 통합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두 회사의 여건상 빅딜(인수합병)은 어렵다”며 “두 곳 모두 청산가치가 높을 정도로 향후에 장래가 불투명하고 어려운 상황인데 그대로 합치면 좋아지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회사의 여건 차이도 다르다. STX조선은 영업이익을 창출하기는 어렸지만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이라도 통과했기 때문에 재무구조는 좋은 상황이다. 반면 성동조선은 상대적으로 부실을 정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성동조선은 보유 현금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STX조선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전 부처간의 구조조정 논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 정부의 공식적인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였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실무진의 논의는 차지하고 부총리 주재나 장관급 주재의 고위급 회담은 현재 일정조차 잡힌 게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속도와 시기는 모르지만 중소 조선사를 정리하는 게 지금 현재 차원에서는 맞다고 채권단은 판단한 것”이라며 “다만 그것만으로는 구조조정 할 수 없어 여러 목소리를 들어 채권단과 협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