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종원 기자
2016.05.19 06:00:00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중국의 가전업체 하이센스와 TCL은 작년 전세계 TV시장 점유율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일본의 소니를 5위로 밀어내고 선두권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시장점유율 10위권에 있는 스카이워스 창홍, 하이얼까지 포함하면 한국과 중국업체들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 좁혀진다. 파격적인 가격과 물량을 앞세운 중국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한국의 목줄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시장(LCD) 점유율은 33.6%(판매량 기준)로 전년 37.1%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2.6%에서 21%로 LG전자는 14.5%에서 12.6%로 나란히 점유율이 줄었다.
반면 하이센스, TCL, 창홍, 하이얼 등의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7.5%로 전년(21.8%)보다 5.7%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14년 15.3%포인트에서 2015년에는 6.1%포인트차까지 좁혀졌다.
중저가 시장에서 활약하던 중국업체들은 점차 커브드TV,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영상처리기술 등은 아직 국내업체들에 크게 뒤쳐져 있지만 샤오미의 ‘반값 TV’와 같은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무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명품 이미지 구축에 나서며 중국업체들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TV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TV제조사들은 올해 예정된 ‘유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광활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TV 제조 및 화질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TV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은 TV업계의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한국업체들이 글로벌 TV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일본업체들의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니의 경우 지난해 점유율이 5.5%로 중국업체에게 3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의 TV제조업체 샤프는 최근 대만 홍하이그룹에 팔렸다. 한때 전세계 TV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의 신화는 사실상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