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6.01.28 05:14:4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달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7000건을 밑돌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1월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늘었고 월세 거래량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전세 거래량만 40% 넘게 줄어든 것이다.
전세 계약 갱신이 2년 단위로 이뤄져 짝수해에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과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에 육박해 ‘깡통 전세’의 위험이 커진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들어 26일까지 서울에서 전세 거래된 아파트는 6203건으로 전달(9328건)보다 33.4%, 전년 동월(1만 344건) 대비 40%나 급감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최종 전세 거래량은 7000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의 월별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7000건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3년 9월(7698건)과 2015년 9월(7316건) 등 단 2번뿐이다. 당시에는 가을 이사철 전 전세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8월에 몰린 계절적 영향이 컸다.
이달 서울의 전세 거래 감소세는 비강남권에서 두드러졌다. 서대문구가 전월 대비 61.9%(528건→201건)이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강북구(-59.2%·174건→71건), 동작구(-45.5%·310건→169건), 중구(-45.5%·121건→66건), 성북구(-39.5%·354건→214건), 마포구(-38.9%·375건→229건) 순이었다.
전세 거래가 새해 들어 크게 줄어든 이유는 뭘까. 우선 2년마다 돌아오는 주택 임대차 계약 시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짝수해는 홀수해보다 1월 전세 거래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홀수해였던 2011년 1월엔 전세 거래량이 9809건이었지만 짝수해인 2012년엔 8249건으로 1000건 이상 감소했다. 또 2013년엔 1만 140건으로 늘었고 2014년엔 8549건으로 다시 줄었다. 지난해에는 1만 344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전세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홀수해와 짝수해에 거래량이 각각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거래량이 많이 줄어든 지역이 모두 비강남권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곳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말 이후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이들 지역은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모두 회수할 수 없는 깡통 전세의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세 거래 감소폭이 큰 지역들의 지난해 말 기준 전세가율(KB국민은행)은 성북구(82.6%), 동작구(79.9%), 마포·서대문·중구(76.8%) 등 모두 서울 평균(73.4%)를 훌쩍 넘겼다. 또 이들 지역은 실수요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라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 임대차시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전세 거래량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관망세가 확산되고 전세 물건은 씨가 마르다보니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재계약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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