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포화에 내몰린 외국계·중소형…생보사 M&A `꿈틀`

by신상건 기자
2016.01.25 06:10:00

ING·PCA·알리안츠·KDB 등 매각 거론
"25개사 경쟁 치열"…"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도 이유"
금융지주-PEF 등 인수후보로 꼽혀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지난 2014년 7월 온라인 전용 손해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BNP파리바그룹에 인수된 이후 잠잠했던 보험업계 인수합병(M&A)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9.7%에 달하는 등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국내시장 철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ING생명을 비롯해 PCA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등이다.

우선 ING생명은 지난 2013년 12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금융감독당국과 약속한 매각 제한 시점인 2년이 지나면서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NG생명이 2년동안 영업실적과 기업가치가 오른 만큼 올해 상반기를 적절한 자금회수(엑시트) 시점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MBK는 자금회수 초기 작업을 진행 중으로 전해진다. 최근 MBK는 총 1조2000억원의 ING생명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을 마무리했다. 매각 당시 1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몸값은 현재 2조5000억원 안팎까지 뛴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프루덴셜그룹 계열인 PCA생명도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사전 시장조사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CA생명은 2001년 영풍생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보험사로 변액보험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했다. PCA생명 매각은 아시아시장의 보험사업 재편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PCA생명의 몸값은 2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루덴셜그룹은 지난해 5월 PCA생명 일본 법인을 일본 SBI홀딩스에 매각했다.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은 매각과 더불어 설계사 영업 폐지(런 오프)와 별도의 독립법인대리점(GA) 설립 등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에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중소형 생보사인 KBD생명도 유력한 매각 후보로 꼽힌다. KDB생명은 2010년 금호생명이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KDB칸서스밸류)에 인수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KDB생명은 그동안 두 차례 매각이 추진됐지만 매각가격 등이 맞지 않아 모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KB와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와 중국 등 외국계 자본, PEF 등을 유력 인수후보로 꼽고 있다. 일례로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의 경우 대형 손해보험사인 LIG손해보험을 인수했지만 상대적으로 생보사인 KB생명의 규모가 작다. 향후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추가로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어 종신연금 등 경쟁력있는 상품을 보유한 생보사 인수에 입맛을 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상품 개발에 한계가 다다르고 있는데다 2020년 2단계 국제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막대한 자본 투입 등은 M&A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부채 평가를 원가에서 시가기준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보험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어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서로 비슷한 상품을 가지고 25개의 생보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며 “여기에다 거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 등이 보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영업 환경이 더 각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또 외국계 보험사들이 우리나라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나 다른 지역에 집중하려는 의도도 한몫했다”며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A사 등도 추가적인 매각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매각되더라도 고용 보장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