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6개월…정부만 웃었다
by김기덕 기자
2015.07.03 06:30:00
1~5월 담배 반출량 전년비 37%↓…점차 감소 폭 줄어
KT&G, 2분기 실적 감소…판매량 감소 탓
올해 담배 세수 10조원 이상 …"흡연자 지원 정책 미흡"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오류동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서모씨(남·33)는 연초 금연을 결심했지만, 한 달을 못 넘기고 결국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서씨의 하루 용돈은 1만원. 4500원이나 하는 담뱃값은 부담스럽지만, 팍팍한 일상 속에서 담배 한 대 피면서 쉬는 게 유일한 낙이라 금연이 쉽지 않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한 서씨는 오늘도 업무에 복귀 전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열풍이 불었던 연초와 달리 최근 들어 흡연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담뱃세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담뱃세 인상으로 50% 가까이 늘어난 담배 세수를 흡연자 금연 지원에 신속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담배 반출량(공장ㆍ창고에서 담배가 반출되는 수량)은 총 10억 3300만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억 4100만갑보다 6억 800만갑(37%) 감소했다. 다만, 월별로 보면 지난 1월 담배 반출량은 1억 5900만갑으로 전월 2억 9500만갑보다 1만 3600만갑 급감했지만, 3월 2억갑, 4월 2억 6900만갑, 5월 2억 4300만갑으로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담뱃값이 인상됐지만, 담배업체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인상분이 대부분 세금으로 책정된 탓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담배시장의 5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KT&G(033780)의 경우 담뱃값 인상으로 당분간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7.2%, 7.6% 감소한 9211억원, 2650억원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가 올해 거둬들이는 담배관련 세수는 최소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부담금으로 불리는 건강증진부담금이 올해부터 1갑당 487원에서 841원으로 인상된 영향이다.
실제 올 1~5월 누적 기준 건강증진부담금은 8684억 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08억 9000만원)보다 2876억원(49.5%)이나 증가했다. 담배 소비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만큼 건강증진부담금 외에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 소비세 등 담배관련 세수도 급증 추세다. 지난해 담배 세수 총액은 6조 7427억원이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 올해 연평균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1% 감소하는 데 그쳐 담뱃세 추가 징수액이 5조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늘어나는 세수에 비해 흡연자들의 금연 지원을 위한 정책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 회장)는 “지난해 43%를 기록한 남성 흡연율이 올 들어 30% 중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금연을 위한 예산 집행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하반기에나 금연 광고가 노출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