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재만 기자
2012.03.01 09:28:17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지난달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대기업 정책의 쟁점과 바람직한 방향`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연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가 너나 할 것 없이 재벌세, 출자총액제한제, 순환출제 규제 부활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것. 정부정책의 불합리한 점을 조목조목 꼬집으면 합리적인 여론형성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계기였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표를 얻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에는 안좋다", "정부가 국민 배아픈 걸 달래주려고 하다가 배가 고파질 수 있다"(최병열 한경연 원장) "삼성은 계열사가 300개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황인학 박사)는 등 보수파 경제인들의 기세등등한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등 분위기는 소수파가 주도했다. 포문을 연 것은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세종 박사였다.
김 박사는 "대기업이 얼마나 많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철수했는 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순대 등 몇몇 업종에서밖에 철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힘쓰셔서 상당히 많이 제외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대기업은 툭하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얘기하지만, 중소기업과 납품가를 조정할 때는 왜 글로벌 스탠다드를 안지키는 지 모르겠다"며 "이걸 지키면 대기업이 경쟁력이 확연히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안철수 교수 기부 등과 관련해 소신있는 발언으로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힘을 보탰다.
전 교수는 `개인의 비윤리적 문제를 기업집단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된다`는 신광식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평창올림픽을 유치하든 말든 잘못을 저지르면 감옥에 넣고 못나오게 할 수 있다. 대통령 사면이 안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재벌총수가 감옥에 산 적이 별로 없다"며 "이게 안되다보니 문제의 핵심을 잡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가 내놓은 해법은 이른바 재벌 해체. 그는 "너무 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계열분리 명령제나 계열분리청구제의 도입,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 발언이 끝난 뒤 다른 토론자들은 침묵을 지켰고 사회자는 "주제 발표를 들은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청자들 사이에선 의외로 박수 소리가 계속 나왔다.
행사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재벌이 더 몸집을 키우고 후계자들도 그럴듯한 기업을 물려받으려 하다보니 이런 사단들이 났다. 전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니 아직 재벌의 탐욕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많았다. 아무래도 재벌은 더 긴장하고,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