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배척 기조' 오래 못 가…中시장 끈 놓지 말아야"
by조민정 기자
2025.01.07 05:45:01
[신현철 신임 반도체공학회장 신년 인터뷰]②
"美 EDA 툴 독점…설계 원천 기술 다수 보유"
"中제재 부작용 가능성…''강대강'' 장기전 힘들어"
"정경분리처럼 中 관계도 최대한 이어나가야"
[이데일리 조민정 김소연 기자] “미국은 반도체 관련 핵심 기술을 많이 보유한 국가다. 일단 미국 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르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선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이어나가야 한다.”
신현철 제8대 신임 반도체공학회 회장(광운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은 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 속 한국의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은 “10년 뒤에도 미국과 중국이 과연 지금처럼 ‘강대강’ 구도를 유지할지 모르겠다”며 “(중국을 배척하는) 미국의 기조가 장기전으로 가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 신현철 광운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가 지난 31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전자정보공과대학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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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 분야에서 잘 한다고 하지만 회로를 설계하는 전자설계자동화 도구(EDA 툴)는 모두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원천 기술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눈 밖에 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DA 툴은 반도체 회로 설계에 꼭 필요한 기술로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놉시스와 케이던스를 포함해 독일 지멘스 등 3대 업체가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며 독점하고 있다. 미국은 패권 전쟁 속에서 중국에 EDA 툴 판매를 금지하며 첨단 기술 개발을 저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제조 기술에서 대표적인 보틀넥(장애물)이 ‘슈퍼을’로 부르는 세계 최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인데, EDA 툴은 극자외선(EUV) 장비가 없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미국에서 한국에 EDA 툴을 팔지 말라고 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EDA 툴도 국내 기업들이 직접 만들면 안되냐고 하지만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한 산업이라 갑자기 할 수 없다”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들어가기 싫어도 들어가야 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회장은 미국 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르면서도 중국 시장도 놓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조치가 ‘중국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몇 년 뒤엔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사실일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외국산 핵심장비 수입이 막히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EDA 툴과 EUV 장비를 직접 만들고 있다.
그는 “중국은 시장이 커서 내부에서 만들어서 사고팔고, 이를 통해 기술을 개선하는 게 가능하다”며 “한국이나 유럽, 일본, 대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에 한계가 있고 제품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배척해선 안된다”고 했다.
신 회장은 ‘정경분리’처럼 투 트랙 전략으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만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큰 시장이고 미국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국을 맞춰주면서 정경분리처럼 중국과 관계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