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일제히 하락…美소비둔화→기업실적 악화 우려[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4.05.31 06:27:25

美1분기 GDP 1.6→1.3%로 수정..소비 둔화 우려
국채금리는 뚝..10년물 금리 4.54%까지 내려가
증시엔 부담…美기업 실적 악화 우려에 무게
엔비디아 3.8% 급락..1분기 실적 발표후 첫 하락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속보치 대비 하락하면서 치솟던 국채금리가 하락하긴 했지만, 증시에는 소비가 둔화할 경우 미국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그널’로도 해석됐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6% 하락한 3만8111.48를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0.60% 떨어진 5235.48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1.08% 내린 1만6737.0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보고된 수치보다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이 1.3%(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1.6%)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2%)는 웃돌았다.

GDP증가율이 하향 조정된 것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 정도 차지하는 소비가 지난달 속보치 대비 하향 조정되면서다. 개인지출은 속보치(2.5%) 대비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고금리, 팬데믹 당시의 저축 감소, 임금 성장률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소비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1.68%포인트에서 1.34%포인트로 재평가됐다.

민간지출(국내 민간구매자에 대한 최종판매) 증가율 역시 속보치의 3.1%에서 2.8%로 내려갔다.

당초 속보치의 경우 민간지출 증가율이 3%대로 견조하면서 미국 경제가 예상밖으로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시점도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조정으로 미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비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미국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오늘 경제 데이터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평가했다.

코스탈 웰스의 제이슨 헬러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한 걸음 후퇴하는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면서 “최근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트레이더들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악화 가능성에 국채금리도 뚝 떨어졌다. 오후 4시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6bp(1bp=0.01%포인트) 내린 4.538%를, 30년물 국채금리도 6.2bp 내린 4.682%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5.8bp 내린 4.927%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채금리 수준이 높으면서 증시에는 투심이 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마감 무렵 연준이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0.5%를 가리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내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지만, 올해말부터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증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그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면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가 더 나은 균형을 이루고 다른 국가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은 제약적이고, 경제에 더 나은 균형을 가져오고 있다”며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언젠가는 미국 내 금리가 결국 내려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기는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금리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3.77% 급락했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20% 이상 급등했지만, 이내 차익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4.02%), 브로드컴(-1.91%), 퀄컴(-1.26%) 등 반도체주가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수혜주인 마이크로소프트(-3.38%), 알파벳(-2.15%)도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 중인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를 중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 등록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에 1.48% 상승했다.

기업용 클라우드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 주가는 19.74% 폭락했다. 20년 만에 최대폭 급락이다. 세일즈포스는 전날 1분기 전년 대비 11% 증가한 91억30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LSEG이 집계한 월가 기대치 91억7000만 달러에 못미쳤다. 생성형 AI 혁신 사이클이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경쟁업체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탑재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면서 세일즈포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했다.

달러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4시 기준 0.16% 오른 104.78에서 거래 중이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대비 1.32달러(1.67%) 하락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ICE선물 거래소에서 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1.74달러(2.1%) 하락한 배럴당 81.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분기 GDP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유럽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0.59%, 독일 DAX지수는 0.13%, 프랑스 CAC40지수도 0.55%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