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지금은 개혁의 라스트 미니트…공공부문 제살부터 깎아라"[송길호의 파워인터뷰]
by송길호 기자
2022.12.01 06:10: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고통 분담 필요한 연금 교육 노동 3대 개혁
공공개혁 성과낸 후 국민동참 이끌어내야
말뿐인 책임장관…장관중심 소통방식 필요
작은정부…부처 통폐합보단 공무원총량규제
국가종합인사기능 체계화로 논란 탈피
후보 ''걸어온 길'' 보단 ‘할 일’보고...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은 구조개혁의 전략과 관련, “제 살 깎기식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정권 먼저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 고통분담이 필요한 연금 교육 노동 등 3대 개혁에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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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호 논설위원 겸 에디터]윤석열정부 6개월이 지났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에서 답보상태다. 정권 초 부실 검증에 따른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검찰 출신의 과도한 기용으로 집약되는 인사 난맥상이 설익은 정책 등과 맞물려 지지율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대개조의 일환으로 천명한 각종 개혁작업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채 동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집권 초 ‘허니문 효과’도 없이 냉랭한 이때, 국정쇄신을 위한 반전의 돌파구는 어떻게 마련할까. 인사 문제는 어떻게 풀고 공직사회에 활력은 어떻게 불어넣을까. 절체절명의 과제인 구조개혁 과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삼성그룹에서 36년 동안 재직하며 삼성SDS,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인사책임자를 거친 후 박근혜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역임한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로부터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세계 3대 인명 사전의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된 국제 공인 인사전문가이자 공무원연금 개혁을 드라마틱하게 성사시킨 개혁의 전도사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청와대정부를 지향했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작은 대통령실, 큰 행정부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장관 중심의 소통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개혁과 관련해선 “연금 교육 노동 등 3대 개혁은 국민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개혁이지만 공공개혁은 정권이 스스로 제 살을 깎아야 할 개혁”이라면서 “공공개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면서 국민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 먼저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 고통분담이 필요한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권초부터 인사실책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나라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가 시원시원하지 않으니 인사 난맥상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인재 풀이 협소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사실 정권 주도세력 중 고시출신이 많아요. 순혈주의가 심하고 다양성이 부족해요. 이들이 과연 현장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정부 공언대로 민간주도의 패러다임 전환은 가능할까요.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사전 스터디를 통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에 올랐고 경험도 특정분야에 제한돼 있다 보니 인재 기용 폭이 넓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엔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문제가 계속 터지는 걸 보면서 참모들이나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그룹이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인사는 전문영역입니다. 정부에 제대로 된 인사 전문가 그룹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인사원칙이 있다면.
“인사는 인사권자의 지혜라고 하죠. 인사권은 전리품이 아닌데 내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 인사권은 고유권한이라기 보다 국민이 위임한 것입니다. 내 편 네편 구분 말고 최고(Best)를 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할 일’, 미션을 정의해야 해요. 그 이후 그에 적합한 사람을 기용하는 겁니다. ‘당신은 이 자리에 이런 필요성 때문에 임명하니 이 부분을 꼭 해결하라’는 식으로 할 일을 명확히 제시하는 거죠. 장관의 역할은 부처를 일반적으로 통솔하는 고유기능과 시대에 맞는 미션을 수행하는 기능, 두 가지인데 중요한 건 후자예요. 해당 미션에 적합한 사람을 쓰고 왜 이 사람을 쓰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후보자의 걸어온 길만 볼게 아니라 할 일을 먼저 봐야 해요.”
▶인사체계를 제대로 정립해야겠군요.
“인사는 조직의 명운을 결정합니다. 장점주의 인사가 필요해요. 성과를 내는 건 그 사람의 장점이지 단점이 아니에요. 최소한의 도덕성, 공인의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장관 인선도 그런 원칙에 따르면 됩니다. 이 사람이 왜 필요한지 지금 시점에서 기용하는게 타당한지 판단하면 돼요. 기본적으로는 국가의 종합 인사기능을 체계화해야 인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기업에 인사담당최고책임자(CHO)를 두듯 인사혁신처장에게 역할을 맡기면 됩니다. 국가인재 데이터 베이스도 적절히 활용해야 해요. 정파에 관계없이 장관급 후보자 관리 레벨이 있어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에요. 국민추천제도 공식화하면 됩니다. 숨은 인재들을 더 많이 공직에 임명할 수 있는 루트예요. 다만 절차는 투명해야 해요. 어떻게 추천 받았고 할 일은 이러이러한데 이런 면에서 적합하기 때문에 후보자로 올린다는 거죠. 채용 과정에 있어 ‘적정 수준’의 투명성이 필요합니다.”
▶청문제도나 보은인사 등 구조적 관행적 요인도 손질이 불가피한데요.
“청문제도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부 입각을 원하지 않는 인재들이 너무 많습니다. 공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제대로 갖췄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보다는 신상이나 허물을 들춰내 모욕과 망신주기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죠. 검증하는 의원들도 통과못할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고 흠집내기식 청문회를 하면 누가 살아남겠습니까. 정권이 바뀌어도 공수만 달라질 뿐 똑같이 반복되고 있어요. 인사청문회가 인재를 사장시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잖아요.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논공행상도 문제예요.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전리품처럼 자리를 배분하다 보니 인재 기용 폭이 좁을 수밖에 없어요.”
▶인사 청문회 제도 개선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은데요.
“정책 중심, 태스크 중심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고 윤리적 문제는 법 개정 없이도 국회 차원에서 비공개를 천명하면 돼요. 언론도 엠바고 같은 자율적 규제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만 발표할뿐 검증과정은 보도하지 말 것을 합의해야 합니다. 알 권리 차원에서 후보자의 정책능력과 도덕성 모두 국민들이 알아야겠지만 최소한 도덕성 문제는 적정 수준의 국민 눈높이에서 걸러줘야 합니다. 기준은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성 정도로 삼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선출직 의원들의 평균적 도덕성이 공직 후보자의 평균적 도덕성 아니겠습니까.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떠나) 국민이 이 정도면 합격이라고 용인했기 때문에 선출직이 된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청문위원 본인들이 떳떳한 경우에만 질문하라고 하면 되요. 그래야 인재를 널리 발탁할 수 있어요.”
▶논공행상 관행은 어떻게 척결해야 할까요.
“미국의 경우처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리스트, 플럼북(Plum Book)을 활용해 대통령 인사권의 존중과 제한을 도모하면 되요. 이러면 대통령의 인사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요. 보은인사 관행을 하루아침에 단절할 수 없다면 국가자문위원회 같은 기구를 공개적인 인재풀로 만들수도 있어요. 대선 공신으로 빚을 갚아야 할 사람이 있는 게 현실이고 이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필요악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적합한 인재는 공공기관 등에 기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름의 장기를 살려 계속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되요. 자격 안 되는 사람을 무리하게 공공기관장에 임명하면 그 피해가 더 크니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상해주는 셈이죠.부분적으로나마 좀 투명하게 하자는 거에요.”
▶정권초 내각 구성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새도우캐비넷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출범 첫 내각만은 러닝메이트제처럼 정권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예비내각을 구성하면 유권자들이 후보 주변의 인물을 보고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요. 대선과정에서 대통령이 누구랑 일할지 알 수 있고 예측 가능해집니다. 후보자의 인사역량을 시험해볼 수도 있고요. 각료 후보자들도 대통령 후보의 국정운영철학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고 대선을 치르면서 비전을 내재화하며 입각 준비도 할 수 있어요. 해당 대선 후보가 승리하면 그 예비내각은 국민투표로 승인받았다고 간주하면 됩니다. 대통령 임기도중 교체하는 장관에 대해서만 인사청문회를 열면 돼요. 전부가 어렵다면 주요 부처만이라도 예비내각을 구성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이번 정부 초반과 같은 파행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누가 정권을 잡든 집권초 골든타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요.”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는데요.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부처 몇개 만들고 폐지하는 수준의 짜집기에 머물렀어요. 장기적인 국가과제와 비전을 고려한 통합적 안목의 조직개편을 이루지 못한거에요. 윤석열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정부는 적은 비용의 정부이지 장관, 부처가 적은 정부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부처를 통폐합하는 식으로 무조건 조직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에요. 11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줄이고 관련 예산을 감축해야 작은 정부예요. 일단 공무원 총량규제부터 해야 합니다. 부처수는 늘어나도 상관없어요. 부총리는 오히려 더 늘려도 돼요. 예를 들어 저출산 고령화 관련 부서는 부총리급이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해요. 이런 프로젝트형 정부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가부 폐지문제의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어요. 일을 더 잘하는 게 목적이지 부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책임있는 내각으로 가야 합니다.”
▶대통령은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공언하고 스타 장관 만들겠다고도 했는데.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정부’라고 했죠. 이 정부는 반면교사로 ‘작은 대통령실, 책임있는 행정부’를 지향하고 있는데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무언가 개선할 점이 있다는 얘기예요. 대통령의 소통 방식부터 생각해봐야 해요. 예를 들어 도어스테핑을 통해 매일 현안을 밝히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건지. 차라리 장관이나 고위 관료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열심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장관이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요. 특히 대통령이 현안질의에 답하면 곧바로 지침이 돼 버려요. 정책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겠지만 이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에요. 일에 대한 책임은 장관이 지는거에요. 그런 면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가 원인이 되긴 했지만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건 차라리 잘한 일이에요. 추후 재개한다면 형식과 내용을 개선해야 해요. 대통령은 철저히 총론으로만 접근해야 합니다.”
▶공직사회에 활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공직사회는 3가지가 없어요. 비전, 전문성, 도전정신. 인사혁신처장 시절 가까이서 관찰한 공무원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었지만 이 3가지가 없어 뛰어난 자질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장기적인 비전이 없으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주어진 일에만 매몰돼 있고 그러다 보니 도전정신도 업무 전문성도 떨어져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부가 하는 일은 민간에 비해 한박자 느리기 일쑤예요. 원인은 인사운영체계에 있습니다. 평가 보직 보상체계에 문제가 있어요. 경직적 조직 운영과 낙후적인 성과평가체계 때문이에요. 일 잘하는 공무원은 파격적으로 보상해주고 퇴출제를 도입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이 돌게 해야 해요. 공직사회 이대로 가면 위기예요.”
최근 퇴직 공무원 비율이 늘면서 인사혁신처는 ‘하위직 중심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수는 “일부 하위직 공무원에 대해선 최저임금,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 적절한 인상을 검토해야 하지만 봉급인상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순 처우개선을 넘어 일한 만큼 보상하고 일 못한 사람은 재교육이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여 미래의 발전을 약속하는 일이 인사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직적이고 분절적인 관료 조직 어떻게 일신할까요.
“공무원은 그냥 쓰고 버리는 패가 아니에요. 국가의 중요한 자원이에요. 하지만 개개인의 경쟁력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해요. 이를 위해 투 트랙으로 인사관리를 할 필요가 있어요. 기획통 세제통 인사통처럼 전문가중심의 인재를 양성하는 트랙과 창조형 인재를 선발해 핵심 리더로 키우는 트랙으로 나눠야 해요. 전문성이 중요한 핵심 직위는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도록 하고 장·차관 등 리더로 키울 인재는 다양한 보직을 맡도록 관리하면 됩니다. 그런면에서 무차별적 순환보직제는 개선해야 해요.”
▶민간기업의 인사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도 있겠군요.
“개발시대 기업은 정부에서 배워 따라했어요. 이젠 더 이상 정부로부터 배운다고 안 하죠. 정부는 기업에서 배우면 안 되나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공직사회 구축이 필요해요. 변방의 조그마한 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걸 봤어요. 삼성이 1등할 줄 누가 알았어요. 국가도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G3’까지 가보자며 국가적 비전을 세우면 안되나요. 꿈 꿀때가 됐어요. 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거에요. 잘되는 조직은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거에요. 1인 창업자도 세계 일류를 꿈꾸고 나아가는데 국가는 왜 못하나요. 우리가 못 이루면 다음 세대가 하면 되요. 민간기업은 망하면 없어지지만 국가는 계속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잖아요.”
▶구조개혁은 논의만 무성한 채 겉도는 것 같습니다.
“개혁의 실종이에요. 개혁은 시대적 소명이고 공약인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아직 어젠다화도 돼 있지 않아요. 국가 대개조 수준의 개혁을 한다고 했으면 이를 조직화하고 정치적·정책적 자원을 배분해야지요. 일단 국가차원의 프로젝트인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은 민관정 묶어 거국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개혁의 프레임을 짜고 이를 점진적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개혁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해요. 정부 혼자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요. 정부가 중심 잡고 여야 언론 학계 기업 시민사회 등이 머리를 맞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조직을 출범시켜야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어요. 개혁의 직접 수혜자인 청년층도 의사결과정 과정에 참여시켜 대안을 모색토록 해야 해요. 자신의 문제를 다룰때 가장 치열하고 생산적인 고민과 토론이 가능하지 않겠어요. 개혁의 마차는 결국 민간과 공공영역 두 바퀴로 굴러갑니다. 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그리고 현장에서 수용가능한 개혁안을 도출해야 해요. 그런 후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행위를 무한 반복해야 합니다.”
▶개혁 과제들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어떻게.
“3대 개혁에 앞서 공공부문 개혁의 성과를 반드시 보여줘야 해요. 3대 개혁은 국민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개혁이고 공공개혁은 정권 스스로 제살을 깎는 개혁이에요. 나부터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공공기관 개혁을 선도적으로 해서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명박정부시절 공공개혁이 미완에 그친 건 정치적 동력이 약한 측면도 있었지만 의지의 문제였어요. 제살 제대로 못 깎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차기 대권을 희망하는 분들이 주도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해달라고 하면 돼요. 실적이 있으면 국민이 신임하고 그걸로 검증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검증된 대통령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공공부문 개혁의 방식은.
“공공기관의 경우 대표(CEO)에게 분명한 미션을 주고 이를 수행하도록 하면 돼요. 임무 수행 못하면 해임절차 밟으면 되요. 임기제라도 해임의 명분이 있잖아요. (전임정권에서 임명한 인사들의 알박기 논란이 있는데) 미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물러나는 게 당연한거죠. 이는 공인 의식의 문제에요. 알박기 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장 임기나 연임 기간을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법안까지 제출됐는데 이는 비정상의 합법화일뿐이죠. 오죽하면 이런 법이 나왔겠어요.
공공기관 CEO는 그 자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관료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민간기업 출신, 내부 승진자도 문제없지만 교수의 경우 조직 관리 능력이 검증된 경우에 한해 임명했으면 해요. 정치인은 개인별 능력에 따라 차이 많이 나요. 분명한 건 해당 자리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심없는 분들이 맡아야 된다는 거예요. 그 자리를 발판으로 다른 자리로 영전해보겠다는 사람은 임명 안 했으면 좋겠어요. 비전과 조직장악 모두 문제 될 수 있어요.”
그는 공공기관 감사직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감사,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요? 500명짜리 회사도 5000명 짜리 회사도 감사실이 있어 감사를 임명하겠다고 하는데 겸직이든 비상근이든 적정화시켜 합리화해야 합니다. 물론 법적으로 감사는 필요하지만 실제 일 할 사람을 보내야 하고 작은 기관에는 외부 감사로 대체하든 기관별로 묶든 통합감사 하면 됩니다. 위인설관식 세금자리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해요.”
▶공무원연금 개혁을 벤치마킹한다면.
“공무원연금개혁을 1년 가까이 진행했어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득실보다는 위국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확고한 원칙이 있었어요. 정치적 합의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610조원 아꼈습니다. 공무원, 노동조합, 은퇴자 그룹 등 이해관계자 모두 가슴을 터놓고 협조해준 결과예요. 개혁의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실상을 솔직히 밝혔기 때문이에요.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고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공무원노조가 처음에는 반대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돈 내는 건 당신 후배들이고 국민 세금으로 들어가는데 대안이 있어야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어요. 공무원이라면 최소 국민에 대한 봉사적 의무라는 DNA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너무 높아진다는 데 대해 본인들로서도 석연치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그들도 받아들였어요. 절충선을 찾았지요. 전략상 계획했던 선에서 적절히 마무리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성공적인 개혁이란 평이 나왔습니다.”
문재인정부시절 공무원 13만명이 증원되면서 공무원연금의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기여금이 늘겠지만 향후엔 눈덩이처럼 부담이 커질 게 확실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혁은 결국 리더의 의지에 달려있군요.
“리더는 인기를 따를지 시대적 사명을 따를지 선택의 기로에 있게 마련이에요. 진정한 리더란 어떤 리더일까요. 국민에게 두들겨 맞아도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솔선수범이 필요해요. 지금 구조개혁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에요. 절체절명의 시기 아닌가요. 문재인 정부에서 연금 개혁의 씨앗조차 심어놓지 않은 게 두고두고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개혁의 골든타임이 아니라 라스트 미니트(Last minute)예요. 더 늦어지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았다는 게 부끄럽게 됩니다. 개혁을 시도하기 좋은 환경이란 결코 오지 않습니다. 일단 시작해야 해요. 누가 언제 하더라도 혼란과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1952년 경기 파주 출생 △성균관대 화학공학 학사 △아주대 경영학 석사, 강원대·창원대 명예경영학박사 △삼성SDS 교육본부장·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강원대·성균관대 초빙교수, 아주대 겸임교수 △마르퀴스 후즈 후 등재 △청년위함 운영위원장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 △공직자윤리위원회 부위원장 △국회 미래인사포럼 자문위원장 △한국장학재단 경영고문 △일본 와세다대 초빙연구원 △(현)사람들연구소 소장,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 성균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