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깨스’ 깨부쉈다…다음 목표는 ‘공정한 치안정의’[경찰人]
by조민정 기자
2022.10.17 07:50:00
이영철 경찰청 정책관리팀장 인터뷰
인천 삼산경찰서장·구로경찰서장 등 역임
전·의경 가혹행위 악순환 끊어…‘깨스의 소멸’ 집필
“스토킹법 등 현장서 집요한 관리로 피해자 보호해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전자발찌를 채우자고 시행만 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려면 현장을 집요하게 관리해야죠.”
이영철(49) 경찰청 정책관리팀장은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적용이 ‘행정혁신’을 완성시킨다고 역설했다. 경찰대 11기로 1995년 경위로 입직해 27년 동안 경찰 개혁과 혁신 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깨달은 바다. 사회적 이슈인 스토킹 등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팀장은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새 정책을 마련하고 일관되게 시행되도록 매달려야 우리 사회도 이를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행정혁신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팀장이 이룬 경찰 개혁·혁신 업적은 상당하다. 교통경찰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장애인 운전면허 제도’를 쇄신해 장애인 차별을 허물고, ‘외국인 운전면허 제도’에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했다. 청와대 경호처에 파견근무할 당시엔 청와대 주변의 불합리한 경비시스템을 바꾸고, 청와대 주변 도로의 사실상 전면 개방을 주도했다.
경찰청 전경계장이던 2011년부터 2년간 전·의경 부대 내 가혹행위를 없앤 것도 큰 성과다. 군대 폭력을 상징하는 ‘깨스’는 선임이 후임대원에게 특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은어다. ‘물깨스’를 걸면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잠깨스’를 걸면 잠들지 못하는데, 물깨스로 인해 목마름을 견디지 못한 후임대원이 화장실 청소 중 변기물을 마시는 일도 발생했다. 그는 후임대원들이 선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대 내 폭력신고를 하도록 파격 포상 휴가, 부대 이동 등 강력한 조건을 내걸고 이후에도 현장을 불시검문하는 등 집요하게 관리감독해 ‘전·의경 폭력은 필요악’이란 인식을 완전히 바꿨다. 이는 그의 저서 ‘깨스의 소멸’에도 담겨있다.
현재 그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주요 정책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윤 청장이 앞서 내놓은 악성사기(전세사기), 마약근절 등 국민체감 약속 1·2호를 뒷받침했다. 이 팀장은 “경찰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무엇인지 판단해서 나온 약속인데,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마약 범죄의 경우 범죄산업화가 되기 전에 현장에서 제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성과를 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 삼산경찰서장·서울 구로경찰서장 등 일선서장으로 근무할 당시엔 적극적인 법 집행을 직원들에 독려했다. 그는 “삼산경찰서장이던 2020년 가정폭력은 ‘조금 신경 쓰는 정도’였어서 대응방식에 심각성을 느꼈다”며 “전년도 수사 내용을 보니 피해자 임시조치가 4건에 그쳤더라. 이후 직원들에 피해자는 무조건 임시조치하고 피의자 구속영장 신청이 애매할 땐 무조건 신청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2019년 불과 4건에 그쳤던 임시조치는 다음 해 150건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도 비슷하다. 법의 허점이 있지만 일단 현장에선 현행 법을 적극 활용해야 정착이 빨라지고 사회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공정한 치안정의’ 구현이다. 부자는 더 보호받고, 빈자는 덜 보호받는 일이 없게 치안에 취약한 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다. 이 팀장은 “경제적 강자는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킬 힘이 있지만 경제적 약자는 치안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며 “치안 약자에게 더 많은 자원을 분배하는 게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