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의 ‘넥슨 1조 투자’ 배경은?
by김정유 기자
2022.02.06 10:06:00
PIF, 넥슨재팬 지분 5% 인수…8.8억불 투자
자체 게임 포트폴리오·잠재력 높이 평가 예상
넥슨 측 “방식·매입처 등 공개하기 어려워”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넥슨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부터 1조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PIF는 이번 투자를 통해 넥슨재팬의 4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PIF는 최근 넥슨재팬 지분 5.02%를 8억8300만 달러(한화 약 1조589억원)에 매입한 사실을 공시했다. PIF는 이번 넥슨 지분 매입 사실을 공시하면서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명시했다.
현재 넥슨재팬은 지주사인 NXC가 지분율 28.6%로 최대 주주다. PIF는 이번 지분 인수로 기존 홍콩상하이은행 펀드(지분율 4.3%)를 밀어내고 4대 주주로 올라섰다.
PIF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펀드로, 약 50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IF는 이날 넥슨뿐만 아니라 일본 게임사 캡콤 지분도 5.05%를 3억3200만 달러(한화 약 3979억원)에 사들였다. 캡콤은 ‘몬스터헌터’, ‘스트리트파이터’ 등 액션·격투게임을 주력으로 만드는 업체다.
PIF가 넥슨에 투자를 단행한 것은 다양하게 포진된 게임 포트폴리오, 향후 잠재력 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바일에서부터 PC 온라인 게임까지 촘촘하게 구성된 게임 포트폴리오는 넥슨의 강점이다. 더불어 넥슨은 올해 글로벌 게임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게임 출시 등도 계획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넥슨 주식 5%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관련해 주식 매입 방식 및 매입처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 드린다”고 설명했다.
넥슨이 이처럼 중동 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넥슨은 지난해 미국 AGBO스튜디오(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PIF는 이전에도 일본 게임사 SNK(더킹오브파이터즈 개발사)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테이크투인터렉티브, EA 등에도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왔다. 때문에 MS, 소니 등과 더불어 PIF가 글로벌 게임사 M&A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