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난에 태양광사업 급브레이크…탄소중립 차질 우려
by문승관 기자
2021.11.03 06:53:00
"내년 태양광사업 56% 지연 또는 중단" 경고 나와
전문가들 "내년 상반기 후 가격상승·수급불안 진정"
"원자재값 급등 지속 땐 태양광 보급확대에도 차질"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기관이 내년 전 세계 태양광 사업에 경고음을 내면서 우리 정부의 태양광 보급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학계, 태양광 업계는 태양광 발전 설비의 핵심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의 가격 급등 현상이 장기화하진 않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상승과 수급 부족은 쉽게 풀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양광 업계는 당분간 공격적인 태양광사업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듈가격이 오르면 태양광 시공업체로서는 공사비를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공사를 미룰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태양광 설비용량을 해마다 약 3.5GW를 보급해 2025년까지 태양광을 총 33.5GW 보급할 계획이지만 발전단가가 올라가면 정부의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에 빚어질 수도 있다. 가격 급등이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 이전까지는 사업을 미루는 보수적 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사인 리스태드 에너지는 최근 태양광 산업보고서에서 “태양광발전 제조의 핵심 구성 요소인 폴리실리콘 비용이 1년 전과 비교해 300% 이상 급등했다”며 “은, 구리, 알루미늄, 유리와 같은 다른 원자재도 지난해 1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모듈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태드 에너지의 재생에너지분야 데이비드 딕슨 수석연구원은 “자재와 운송비용 급등은 앞으로 12개월 내에 완화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태양광 설비 구축 사업자와 태양광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을 구매하는 사업자는 마진을 줄이거나 프로젝트를 늦추든지 전력가격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폴리실리콘 가격급등의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경제봉쇄 조치가 서서히 풀리면서 원자재 수요 폭증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반비용 상승과 수송 차질 등 물리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업계도 원가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모듈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300% 인상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4분기 연속 적자를 보면서도 모듈 가격을 계속 방어해 왔다”며 “하지만 적자 폭이 계속 커지자 모듈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 정부는 현재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기화하진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은 단기 또는 중기 이슈에 불과하다”며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가격도 빠르게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화큐셀 관계자는 “내년 2분기가 지나야 현재 가격 급등 현상이 풀릴 것으로 본다”며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독일 등 폴리실리콘 증설에 나서면서 수급문제는 어느 정도 나아지겠지만 그 이전까지 태양광 사업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영세 사업자가 많은 태양광 시공업계는 모듈 가격과 원자재가격 폭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시공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과 태양광 발전소 기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서 가격안정화 시기까지 지원해줄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태양광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그린플레이션과 중국 전력난 등으로 폴리실리콘 수급 불안에 영향을 미쳤고 국제 물류난도 가격 급등에 한몫했다”며 “다만 폴리실리콘 가격이 3배 이상 올랐다 해서 모듈가격도 똑같이 뛰는 건 아닌데다 우리 업체들도 모듈가격 인상을 통해 충격을 방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분쟁이 해결돼야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흐름을 지켜보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