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무서워”…법인이 던진 아파트, 개인이 주웠다
by황현규 기자
2021.06.07 06:02:52
6월부터 법인 종부세 최고 6%로 껑충
4월 법인이 매도한 서울 아파트…전월 대비 3배
개인이 다 주워가…집값 하락 난망
법인 양도세 중과 전에도 상황 유사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6월 1일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법인들이 이미 지난 4월 아파트를 대거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에 비해 약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이 매물들을 개인이 받아내면서 집값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도 법인들이 양도소득세 중과(올 1월 시행)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대거 시장에 내놨으나 이를 개인이 받아냈고, 올해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됐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서울 남산에서 한강 이북지역 아파트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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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법인들이 매도한 서울 아파트는 470가구로 집계됐다. 이전인 3월 126가구, 2월 164가구, 1월 169가구와 비교해 평균 3배 수준의 물량이다. 비율로 보면 법인의 매도세가 더 두드러진다. 4월 서울에서 매매된 거래건수(4194건)의 11%가 법인 매도 건수였다. 3월(2.5%) 2월(3%) 1월(2.8%)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법인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은 이유는 6월부터 중과되는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법인들은 이달부터 3주택 이상을 소유하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을 소유할 시 최고세율인 6%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전에는 과세표준에 따라 0.5~3.2% 매겨졌던 종부세가 껑충 뛰는 셈이다. 법인에 대한 세 부담 상한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6월 임박해 아파트를 대량 매도한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해 6월부터 종부세 세율이 오르면서 개인과 법인의 부담이 커졌다”며 “그 중에서 법인은 최고 6%까지 매기고 상한선까지 없어지면서 더 큰 폭으로 부담이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인이 던진 매물을 개인이 사들였다는 점이다. 4월 법인이 판 아파트 470가구 중 개인이 매수한 물량은 400가구에 달한다. 약 85% 수준이다. 나머지 70가구만 다시 법인이 사들였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도 법인의 아파트 매도가 두드러졌다. 대전과 울산, 평택 등에서도 4월 거래량은 줄었으나 법인 매매 건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종부세 압박으로 내놓은 법인의 아파트 매물을 개인이 사들이면서, 아파트값 하락 효과도 적었다는 평가다. 4월 아파트 값 상승세는 전월에 비해 둔화하긴 했으나 하락전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43%로 전월(0.49%) 대비 0.06%포인트 상승폭이 줄어드는 수준에 그쳤다. 수도권과 지방도 각각 1.33%, 0.72%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법인이 푼 매물을 개인이 사들인 사례는 작년에도 있었다. 올해부터 크게 오르는 법인의 종부세,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작년 말 법인들이 물량을 대거 시장에 내놨었다. 그러나 이를 개인이 다 받아내면서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해 12월 법인이 개인에게 판 전국 아파트는 6695건으로 1년 중 가장 많았으나, 당시 12월 아파트값 변동률은 1.34%로 전월(0.75%)보다 더 크게 뛰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법인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세금으로 압박해서 집값을 잡으려 한 정책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결국 개인의 매수세보다 더 큰 공급이 있어야만 집값이 잡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