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청약제]③“입주자모집공고문 3천만원에 대필해 드려요”

by강신우 기자
2021.05.17 06:10:00

잦은 청약제 개정이 낳은 진풍경
공고문 작성 대필료만 3000만원
작년 청약 부적격자 1만9101명
“근본적으로 청약제 단순화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요즘은 분양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문’만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전문가도 있어요. 이들은 건당 3000만원까지 부르는 게 값입니다. 내용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분양담당 직원들이 직접 할 수도 없으니 비싸도 그냥 쓸 수밖에요.”(대형건설사 관계자)

아파트 분양을 위해서는 사업주체(시행·시공사)가 분양대행사를 통해 분양홍보 등의 업무 일체를 맡긴다. 이를테면 분양영업을 위한 전략 수립이나 집행, 홍보, 광고물 제작, 판촉활동, 상담사 등 영업인원 관리 등을 전반을 담당한다. 여기에 입주자모집공고문 초안 작성 등이 포함된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업무방식이 최근에는 좀 더 세분화했다. 입주자모집공고문 작성만 전담하는 대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잦은 청약제도 개선으로 예비청약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시행·시공사)들도 울상이다. 공고문 작성을 위해 들이는 공과 시간, 비용이 최근 두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어려워진 청약제도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이들은 입주자모집공고문 작성에 건당 1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대행료를 받는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공고문은 대행사에서 초안을 쓴 뒤 시행사가 크로스 체크하면 일주일에 끝날 일이었는데 요즘은 청약제도 자체가 복잡해 전문 대행사에 맡기는 일이 수월하다”고 했다.

입주자모집 공고문에만 30여가지 항목을 모두 포함해야 하고, 문구 하나하나가 법적 사항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요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형사 한 관계자는 “청약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아니고는 공고문 쓸 수 있는 직원은 사실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입주자모집공고문을 쓰기 위해서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잘 알아야 하고, 바뀐 제도를 바로바로 포착해야 한다. 공고문 쓰는 방법도 능숙해야 하다. 그러다보니 분양대행사들의 몸값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있다. 전문 대행사에 맡기면 실제 분양이 끝날 때까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도 맡기는 편이다.

대형건설사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분양 사업장 한 곳에서 분양 전체 업무를 맡아 진행하는데, 과거에는 월 600만원씩이었지만 지금은 평균 월 1000만~1200만원, 일부는 1500만원을 주고 계약직으로 고용한다”며 “대행사의 몸값이 치솟고, 신규 분양건이 늘자 아예 건당 3000만원을 받고 단기간에 공고문을 만들어주겠다는 전문가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