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Vs 스카이72 ‘소송’ 치열…새 사업자는 속 탄다

by이종일 기자
2021.04.29 06:15:00

골프장 임대차계약 만료 뒤 갈등
영업 지속에 단전, 소송 13건 ''맞불''
새 사업자 "영업권 침해 피해 커져"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1일 인천공항 스카이72 골프장 앞에서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골프장 영업과 관련한 법적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측은 전체 13건의 소송(고소·고발 포함)에서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며 서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골프장 새 사업자인 ㈜케이엠에이치(KMH)신라레저는 영업 개시도 못하고 스카이72가 돈 버는 것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인천지법 민사32단독 이해빈 판사는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439억원 상당의 채권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이 판사는 “신청에 이유가 있으므로 스카이72의 제3채무자(골프장 이용객)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카이72 골프장 이용객들이 4대 카드사 카드로 결제한 439억원 상당의 지급이 정지됐다. 439억원은 골프장 차기 사업자가 올 1월부터 정상적으로 영업했을 경우 공사가 받을 수 있는 연간 임대료 규모이다.

법원은 공사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단전조치는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인천지법은 지난 22일 스카이72가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단전조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소유권 및 점유권, 영업권에 기한 스카이72의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되고 공급 계약에 따라 전기·수도를 공급받을 권리가 인장된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 결정을 어길 경우 하루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

스카이72는 “공사가 행한 단수·단전이 불법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단전·단수로 인한 피해액이 확인되면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것이다”고 표명했다.

이에 공사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의신청 및 항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스카이72는 계약기간이 다하면 시설을 무상 인계하기로 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공사가 재산세를 납부하는 토지에서 스카이72가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은 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사는 스카이72가 골프장 부지를 무단점유하고 있다며 4월1일부터 골프장에 공급하던 중수를 끊었고 18일부터 전기공급을 중단했다. 법원의 단전금지 가처분 인용으로 공사는 23일부터 물·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이 외에 공사와 스카이72는 명도 소송, 협의의무 확인(계약갱신청구)의 소 등 11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사와 스카이72의 소송은 골프장 부지 임대차계약 문제에서 시작됐다.

스카이72는 2002년 공사로부터 인천공항 부지 364만㎡를 빌려 2005년부터 골프장 영업을 했다. 이 부지의 임대차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 종료됐지만 스카이72는 계약연장을 요구하며 올해도 해당 부지에서 계속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사는 스카이72와의 계약 만료를 3개월 앞둔 지난해 9월 인천공항 골프장의 후속 사업자 입찰공모를 통해 KMH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임대차계약을 새로 했다.

하지만 스카이72가 계약이 만료된 골프장 부지를 내놓지 않아 KMH는 영업 개시를 할 수 없게 됐다. KMH는 골프장 운영의 새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영업을 하지 못하고 스카이72의 영업활동과 법적 대응만 지켜보고 있다. 스카이72는 골프장 영업을 통해 지난해와 비슷하게 매달 2억여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KMH 관계자는 “공사와의 임대차계약상 스카이72와의 분쟁이 종료된 뒤 영업을 개시하기로 했다”며 “소송이 길어지면 영업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커진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스카이72 골프장은 티박스 부근과 코스별 잔디 훼손이 심각하다”며 “분쟁이 종료돼도 잔디 등을 원상복구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이 빨리 종료돼 골프장 영업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카이72측은 “현재 핵심사항은 공사와의 계약연장건이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코스의 잔디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계자는 “임대차계약상 KMH는 스카이72와의 분쟁이 종료돼야 영업이 가능하다”며 “소송을 통해 스카이72의 부당함을 밝혀내고 KMH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표명했다.